[DA:콘서트] ‘권지용’ 지드래곤, 비울수록 채워지는 모태 아이돌 (리뷰)

입력 2017-06-11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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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콘서트] ‘권지용’ 지드래곤, 비울수록 채워지는 모태 아이돌 (리뷰)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2017 월드투어 ‘ACT III, M.O.T.T.E’는 이랬다.

휘몰아치지 않았지만 휘몰아쳤다.
공허했지만 공허하지 않았다.
덜어냈다고 했지만 완벽했다.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선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시작을 알리는 서울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 타이틀인 ’M.O.T.T.E’는 어미의 안, 사물의 발생 근원지를 의미하는 ‘모태(母胎)’의 영자이자 ‘MOMENT OF TRUTH THE END’의 약자로 진실의 순간, 진실 그 자체를 의미한다. 아티스트 지드래곤과 서른 살 권지용의 인생 제 3막을 이야기했다. 곡 순서 역시 1막부터 3막에 이르는, 지금까지 발표된 지드래곤의 솔로 앨범 순서대로였다.

‘월드투어 모태’는 온통 붉은 색이었다. 지드래곤에 따르면 ‘모태’라 핏덩이를 표현했다.

‘HEARTBREAKER’ ‘BREATHE’로 무대에 등장한 지드래곤은 “인간 권지용의 첫 콘서트에 오신 걸 환영한다”는 말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음을 고백하며 “나, 권지용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신보와 콘서트의 콘셉트를 소개했다.

2009년 첫 솔로 앨범을 통해 “네 멋진 목소리로 세상에 소리쳐”보라던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이여’, 사랑하는 그녀를 향한 애정과 집착을 표현한 ‘BUT I LOVE YOU’ ‘악몽, OBSESSION’ 무대를 오랜만에 선보였다. ‘악몽’ 무대 도중 여성 관객이 난입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노래를 멈추지 않아 공연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매너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지드래곤 특유의 섹시한 춤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노래도 선곡했다. 2013년 월드투어 ‘One of a Kind’의 포문을 열었던 ‘미치GO’는 ‘ONE OF A KIND’와 믹스돼 더 묵직해졌고, ‘니가 뭔데?’ ‘너무 좋아’의 경우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인 무대로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떼창은 당연했다. 그 중에서도 ‘그xx’ ‘TODAY’ ‘CRAYON’을 부를 땐 오히려 지드래곤이 관객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관객들을 감상했다. 게스트조차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R.O.D’에선 영상으로만 나온 CL이 실제로 등장해 ‘THE LEADERS’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또 지드래곤은 아이유와 함께 ‘PALETTE’, ‘MISSING YOU ’를 불러 붉게 물든 분위기를 보랏빛으로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다.

지난 8일 발표된 앨범 ‘권지용’ 무대는 콘서트 말미를 차지했다. ‘SUPERSTAR’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 ‘개소리 (BULLSHIT)’로 휘몰아친 지드래곤은 “체력이 달려”라고 관객들에게 애교를 부렸다.

이어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긍정적인 아이니까 잘 될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여기 계신 분들 중에는 나의 힘들었던 시기, 그것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기도 했을 것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멋을 부리든 허름하게 있든 그게 뭐든 함께 지켜봐 달라”며 “내년에 군대 다녀오면 32, 33살인데 괜찮겠어?”라는 말로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본공연의 마지막은 ‘권지용’의 OUTRO. 신곡(神曲) (Divina Commedia)이었다. 영화 '트루먼쇼'를 모티브로한 노래와 걸맞는 무대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트루먼쇼 엔딩이 그러했듯 지드래곤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문을 열고 무대를 나갔다. 거짓과 진실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 환호받는 스타, 화려한 폭죽과 대비되는 평온한, 구름 너머 있는 진짜 세상으로 가버린 지드래곤은 이 무대 영상을 통해 이만 물러가보겠다는 인사를 대신했다.

2009년 ‘Shine a light’, 2013년 월드투어 콘서트 ‘One of a Kind’에 이은 3번째 솔로 콘서트 ‘모태’는 완성도 높은 노래와 무르익은 아티스트의 무대 매너, 고급스러운 영상이 어우러진 150분 분량의 영화였다. 그리고 지드래곤은 콘서트를 신곡 ‘무제(無題) (Untitled, 2014)’로 마무리, 강렬했던 조명대신 흑백 영상과 어우러져 150분동안 채웠던 감성을 다시 비워냈다.

지드래곤은 서울 이후 아시아 3개 도시(마카오, 싱가포르, 방콕), 북미 8개 도시(시애틀, 산호세, 로스엔젤레스, 휴스턴, 시카고, 마이애미, 뉴욕, 토론토), 오세아니아 4개 도시(시즈니, 브리즈번, 멜버른, 오클랜드), 일본 3개 도시(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돔 투어 등 총 19개 도시에서 솔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추후 개최 도시가 추가될 예정이다.


<다음은 지드래곤 모태 콘서트 선곡>


1. HEARTBREAKER(2009)
2. BREATHE (2009)
3. 소년이여 (2009)
4. BUT I LOVE YOU (2007)
5. OBSESSION (2010)
6. 미치GO (2013)
7. ONE OF A KIND (2012)
8. R.O.D (2013)
9. THE LEADERS (2009)
10. 그xx (2012)
11. BLACK (2013)
12. PALETTE (2017)
13. MISSING YOU (2012)
14. 니가 뭔데? (2013)
15. 너무 좋아 (2013)
16. TODAY (2012)
17. CRAYON (2012)
18. SUPERSTAR(2017)
19.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 (2017)
20. 개소리 (BULLSHIT) (2017)
21. OUTRO. 신곡(神曲) (Divina Commedia) (2017)
22. THIS LOVE (2006)
23. 삐딱하게 (Crooked) (2013)
24. 무제(無題) (Untitled, 2014) (2017)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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