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달라지는 이천 힐링캠프, LG 2군의 힘은?

입력 2017-06-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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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챔피언스파크. 사진제공|LG 트윈스

LG 2군이 흥미롭다. 부진했던 선수들이 2군에만 다녀오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강남 오지환이 그랬고, 올해는 이형종 정성훈이 그렇다. 지난해 시즌 초반 타격 부진을 겪던 오지환은 6월 18일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2군 훈련장인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컨디션을 회복해 전력에 복귀했다. 시즌 초반 부상 여파로 1할대에 머물렀던 타율은 2군에 다녀오자마자 3할로 껑충 뛰어올랐고, 팀도 주전유격수의 복귀와 함께 상승곡선을 그렸다. 유강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 부진해 2군에 내려갔지만 거짓말처럼 타격감을 회복해 1군으로 돌아왔다.

올해도 ‘2군 마법’은 계속 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달 29일 유강남 정성훈 이형종 임훈 등 4명을 2군으로 보냈다. 팀이 지독한 타격부진에 시달리고 있었고, 분위기 쇄신차원으로 엔트리를 대거 교체했다. 양 감독의 결단은 옳았다. 2군에서 바람을 쐬고 가장 먼저 돌아온 정성훈과 이형종이 순위싸움에 중요한 경기였던 11일 잠실 SK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정성훈이 5타수 3안타 3타점, 이형종이 4타수 2안타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LG 정성훈-이형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양 감독은 정성훈, 이형종을 콜업하면서 “힐링이 됐을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1군은 전쟁터다. 선수들 개개인의 마음을 보듬기보다는 당장 결과를 내는 데만 집중한다. 그러나 2군은 다르다.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김동수 2군 감독도 “이천으로 오는 선수들은 대개 심신이 지친 경우가 많다”며 “코칭스태프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선수들의 다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수들에게도 더 이상 엔트리 말소가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군 효과를 본 유강남도 “조급했던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LG 2군은 진정한 ‘힐링캠프’라고 할 수 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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