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실화입니까? 우리를 놀라게 한 경이로운 타격기록들

입력 2017-07-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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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가 5일 SK전에서 5회초에만 12득점을 올리며 13-12로 역전하는 장면이 인천SK행복드림구장 전광판에 그려지고 있다. 5회에만 11연속타자안타 신기록을 쓴 KIA가 그대로 승리했다면 종전 역대 최다점수차(10점) 역전승 기록도 갈아 치울 뻔했지만, SK가 만화 같은 18-17 재역전승을 거두면서 물거품이 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TV 프로그램도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종종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경기가 나올 수 있을까 싶지만, 때론 이런 경기들도 벌어진다.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SK전에서 펼쳐진 타격의 향연이 그랬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졌고, 그 과정에서 갖가지 기록들이 새롭게 생산되기도 했다. 특히 5회에 11연속타자안타(홈런 4방 포함) 신기록은 압권이었다. KIA는 5회에만 총 12점을 뽑아 단숨에 13-12로 역전했는데, 12연속타자 출루와 12연속타자 득점 역시 신기록이었다. 그러나 SK는 12-15로 뒤진 8회말 대거 6득점하며 18-17로 재역전승하는 만화 같은 경기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를 놀라게 한 KBO리그의 역대 경이로운 타격 기록들을 살펴보자.


● 안타! 안타! 안타! 안타 퍼레이드

우선 한 경기 최다안타(양 팀 합계) 기록은 무려 51개다. 2010년 4월9일 한화와 롯데가 사직에서 연장 12회 혈전을 벌였는데 한화가 27안타, 롯데가 24안타를 때려냈다. 한화는 초반에 1-7, 3-11로 끌려가다 뒷심을 발휘하며 14-14로 동점을 이뤄 연장전에 접어들었고, 연장 12회초 이여상의 결승타로 15-14로 대역전극을 펼쳤다. 경기가 종료된 시각은 정확히 0시00분으로, 역대 5번째 1박2일 경기로 기록된 바로 그날이었다. 당시 롯데는 24안타나 치고도 패하면서 역대 최다안타 패전팀으로 남아 있다. 롯데 카림 가르시아는 7타수7안타로 역대 개인 1경기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날 한화가 작성한 27안타가 역대 한 팀 최다안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건 아니다. 2014년 5월31일 롯데가 잠실 두산전에서 29안타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는 23-1로 승리하면서 역대 최다 점수차 승리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 경기 선발타자 전원안타를 기록해도 진기록으로 평가하지만, 한 이닝에 선발타자 전원안타가 나온 경기도 있었다. 삼성이 2004년 8월8일 대전 한화전에서 2회에 역대 유일한 진풍경을 만들었다.

역대 개인 1경기 최다안타 신기록(7안타)을 세울 당시 가르시아.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안타 1개 치고도 승리? 실화입니다

5일 KIA는 한 이닝에서만 11안타를 몰아치기도 했지만, 안타가 나오지 않을 때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도 있다. 역대 한 경기 최소안타 기록은 2개다. 한 팀이 아니라 양 팀의 안타를 합친 숫자다. 2004년 7월25일 문학구장에서 KIA와 SK가 1안타씩만 뽑아냈다. 당시 SK는 KIA 선발투수 다니엘 리오스에게 노히트노런으로 끌려가다 8회말 볼넷 2개로 만든 2사 1·2루서 정경배가 팀의 유일한 안타인 좌월 2루타를 날리면서 1-0 승리를 거뒀다. SK 선발투수 엄정욱은 1회 2사후 장성호에게 내야안타 1개만 내준 채 9이닝 1안타 14탈삼진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올렸다.

SK는 2007년 4월17일에도 문학에서 1안타만으로 다시 KIA를 이기는 상황을 재연했다. 이때도 유일한 안타의 주인공은 정경배. 3회말 최정의 볼넷과 정경배의 좌전안타로 2사 1·2루를 만든 뒤 박재상의 타구를 2루수 김종국이 잡다 놓치면서 2루주자 최정이 홈을 파고들어 1-0 결승점이 나왔다. KIA는 8안타와 4사구 4개를 얻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1안타 승리의 이를 포함해 역대 3차례 나왔는데, 원조는 1983년 롯데였다. 6월26일 대전에서 롯데는 1안타로 3안타의 OB를 1-0으로 꺾었다. 그러고 보니 롯데는 역대 최소안타(1) 승리와 함께 역대 최다안타(24) 패배 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팀이다. 1안타로 이기는 것과 24안타로 패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어렵고 신기한 일일까.

SK 선수 시절 정경배.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잊을 수 없는 홈런의 추억들

5일 인천SK행복드림파크에서 총 10발의 홈런이 난사됐다. KIA는 6발, SK는 4발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역대 기록엔 못 미친다. 한 경기 최다홈런은 14개다. 2000년 개막전인 4월5일 대전에서 폭발했다. 당시 현대가 10방으로 역대 1경기 팀 최다홈런 신기록을 작성했다. 톰 퀸란이 1회 3점홈런으로 홈런 퍼레이드의 서막을 올렸다. 7회가 압권이었다. 선두타자 박종호부터 시작해 박재홍~에디 윌리엄스~(심재학은 사구로 출루)~퀸란~이숭용이 5발의 아치를 그렸다. 이는 여전히 한 이닝 최다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숭용은 3회, 퀸란은 5회, 윌리엄스는 8회, 심재학은 9회에 1개의 홈런을 더 쳐냈다. 한화 역시 송지만의 2방과 심광호 장종훈 등 총 4방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그래서 한 경기 14홈런 신기록이 탄생했다. 그런데 현대는 그해 5월19일 대전에서 한화를 만나 한 번 더 잔인하게 10홈런을 폭발시켰다. 당시 박경완이 사상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KIA가 5일 5회에만 4홈런을 터뜨렸지만, 삼성은 2001년 8월17일 대구에서 한화를 상대로 3회에만 이승엽~매니 마르티네스~카를로스 바에르가~마해영이 4연속타자 홈런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때론 홈런이 흔해빠져 보이지만, 1993년 ‘소총부대‘였던 롯데는 홈런 하나 만들기가 참 어려웠다. 한 시즌 내내 팀홈런수가 29개였으니 말이다. 이는 역대 팀 한 시즌 최소홈런 기록이다. 올 시즌 현재 SK 최정 혼자 친 홈런수와 맞먹는다.

삼성 이승엽-삼성 시절 마해영(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삼성 라이온즈



● 야구에도 이런 스코어가?

KIA와 SK가 5일 18-17로 총 35득점을 쏟아냈지만, 이보다 더한 핸드볼 스코어도 있었다. 2009년 목동구장에서 총 39점이 터졌다. 당시 LG가 22-17로 히어로즈를 꺾어 1경기 최다득점(양 팀 합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1995년 6월28일 대구에서 롯데가 삼성을 24-14로 대파할 때의 38득점을 넘어섰다.

득점을 논할 때 1997년 5월4일 대구 경기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은 정경배가 사상 최초로 연타석 만루홈런을 때리는 등 총 27점을 뽑으며 5득점의 LG을 격파했다. 당시 LG 측은 삼성이 부정배트를 사용한다며 이의를 제기해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때 22점차는 역대 최다점수차 승리 기록인데, 훗날인 2014년 5월31일 롯데가 잠실에서 두산을 23-1로 이기면서 타이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다점수차 역전승은 2013년 SK가 5월8일 문학 두산전에서 10점차의 열세를 뒤집은 것이었다. 만약 KIA가 5일 1-12로 뒤진 5회에 12득점을 한 뒤 그대로 승리했더라면 역대 최다점수차 역전승 신기록을 세울 뻔했으나, SK에 8회 6점을 내주며 17-18로 재역전패 당하면서 없던 일이 돼버렸다. 대신 역대 최다득점(17) 패전 타이기록을 세웠다. 2009년 LG에 17-22로 패한 히어로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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