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창피함을 긍정으로’ 뉴페이스 강승현의 한화 적응기

입력 2017-07-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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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강승현. 스포츠동아DB

한화 우투수 강승현(32)은 프로 10년차인 올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18번)에서 롯데에 지명된 그는 지난해까지 통산 11경기에서 1패, 방어율 16.31(16이닝 29자책점)의 초라한 성적만 남긴 투수였다. 성적만 놓고 보면 2016시즌이 끝나고 롯데에서 방출된 것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강승현의 올 시즌을 ‘대반전’이라 평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승현은 올해 테스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애초 그의 신분은 등번호 세 자릿수(112번)의 육성선수였다. 2군경기 19게임에 등판해 거둔 성적은 2승2세이브2홀드, 방어율 5.57(32.1이닝 20자책점)로 평범했지만, 한화 구단은 그의 시속 150㎞에 가까운 빠른 공과 포크볼의 조합에 주목했다. 6월8일 이재우 현 2군 불펜코치를 웨이버 공시하며 강승현을 정식선수로 등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화 강승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

그날 이후 강승현은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1군에서 14경기에 등판(1홀드, 방어율 5.79)하며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믿음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점수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도 자신 있게 강승현을 마운드에 올리는 것이 그 증거다. 이 감독대행은 “2군경기에 등판한 승현이를 보면서 ‘이 정도면 1군에서도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구위가 좋고 변화구 컨트롤도 된다”고 칭찬했다. 강승현은 “경기에 내보내주시는 자체로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기를 혼자 힘으로 이겨낸 것이 아니다. 강승현은 “나도, 부모님도 정말 힘들어하셨다. 야구를 못 하게 된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많이 격려해주셨고, 조성환, 장성호(이상 KBSN스포츠 해설위원) 선배도 ‘너는 잘될 것이다. 기죽지 말라’고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운동할 때 장난기가 많고 즐기는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항상 진지하게 훈련에 임한다. 처음에는 세 자릿수 등번호가 창피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기회가 와서 1군에 등록된 것을 계기로 더 악착같이 야구를 하게 된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 강승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내게도 위닝샷이 생겼어요”

강승현의 결정구는 포크볼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으로 빠른 공과 조합하면 위력이 배가된다. 이 포크볼을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감독대행은 “변화구 구사 능력에 따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는데,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잘 던지더라”며 “애초에는 승현이가 마운드에서 자신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강승현은 “지금은 포크볼을 던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위닝샷(주무기)이 없었다”며 “2군에서 코치님과 꾸준히 상의하며 만들었다. 잘 듣지 않았던 서클체인지업 대신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구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1군에서 버티며 경기에 자주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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