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강승현. 스포츠동아DB
강승현은 올해 테스트를 통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애초 그의 신분은 등번호 세 자릿수(112번)의 육성선수였다. 2군경기 19게임에 등판해 거둔 성적은 2승2세이브2홀드, 방어율 5.57(32.1이닝 20자책점)로 평범했지만, 한화 구단은 그의 시속 150㎞에 가까운 빠른 공과 포크볼의 조합에 주목했다. 6월8일 이재우 현 2군 불펜코치를 웨이버 공시하며 강승현을 정식선수로 등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한화 강승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많은 이들의 도움 덕분”
그날 이후 강승현은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 1군에서 14경기에 등판(1홀드, 방어율 5.79)하며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믿음을 준 것만은 확실하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점수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도 자신 있게 강승현을 마운드에 올리는 것이 그 증거다. 이 감독대행은 “2군경기에 등판한 승현이를 보면서 ‘이 정도면 1군에서도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구위가 좋고 변화구 컨트롤도 된다”고 칭찬했다. 강승현은 “경기에 내보내주시는 자체로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밝혔다.
어려운 시기를 혼자 힘으로 이겨낸 것이 아니다. 강승현은 “나도, 부모님도 정말 힘들어하셨다. 야구를 못 하게 된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많이 격려해주셨고, 조성환, 장성호(이상 KBSN스포츠 해설위원) 선배도 ‘너는 잘될 것이다. 기죽지 말라’고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운동할 때 장난기가 많고 즐기는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항상 진지하게 훈련에 임한다. 처음에는 세 자릿수 등번호가 창피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기회가 와서 1군에 등록된 것을 계기로 더 악착같이 야구를 하게 된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화 강승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내게도 위닝샷이 생겼어요”
강승현의 결정구는 포크볼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기 좋은 구종으로 빠른 공과 조합하면 위력이 배가된다. 이 포크볼을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 감독대행은 “변화구 구사 능력에 따라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는데,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잘 던지더라”며 “애초에는 승현이가 마운드에서 자신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강승현은 “지금은 포크볼을 던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위닝샷(주무기)이 없었다”며 “2군에서 코치님과 꾸준히 상의하며 만들었다. 잘 듣지 않았던 서클체인지업 대신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구위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1군에서 버티며 경기에 자주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