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회 “52세 우승의 힘? 팬과 체력관리죠”

입력 2017-07-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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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회는 9일 광명 경륜 26회차 3경주에서 우승하며, 경륜 최고령(52세)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30세가 기량의 정점인 경륜에서 그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사진제공|경륜경정사업본부

■ 경륜 최고령 우승 허은회

1994년 경륜 개장과 함께한 1기 선수
승률 28%, 연대율 42%, 삼연대율 61%
“경쟁력 있을 때까지 선수생활 하겠다”



#마지막 한 바퀴 남았다. 설영석(30세, 19기, B1)이 선행에 나선다. 올시즌 선행으로 1착 2회, 2착 5회, 3착 2회의 성과를 올려 자신 있어 보인다. 맨 앞자리를 차지한 설영석 뒤에 한 선수가 그림자처럼 붙어있다. 4코너를 돌아 직선코스다. 마지막 스퍼트. 혼신의 힘을 짜내야 한다. 이젠 결승선까지 불과 몇 미터뿐이다. 선수들의 허벅지 힘줄이 더욱 선명해 진다. 땀방울이 허공을 가른다. 페달을 돌리는 발놀림도 절정을 향한다. 이 순간이었다. 그림자 선수의 막판 추입. 성공이다. 관람객들의 환호와 탄성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그리고 허은회(52세, 1기, B2)가 환하게 웃는다.

허은회가 경륜 최고령 우승 기록을 다시 쓰는 순간이다. 지난 9일 광명 경륜 26회차 3경주였다. 그는 1965년 1월생으로 현재 52세 최고령 경륜 선수다. 경륜에서는 30세 전후가 기량이 절정인 시기다. 정종진, 박용범, 황인혁, 류재열, 전영규, 유태복, 신은섭 등 현재 경륜을 이끌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30세 전후. 2017년 상반기 기준 성적 상위 50위내에 30세 선수가 9명, 32세 7명, 31세 6명이라는 사실은 허은회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20여년을 경륜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허은회. 그는 1기 선수로 1994년 경륜 태동기부터 함께 한 경륜 역사의 산증인이다.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로는 1981년부터 13년간 활약했다. 전국체전, 아시아 사이클 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우리나라 사이클 발전에도 일조했다. 1994년 경륜이 개장했을 때 허은회는 29세였다. 다소 늦은 나이였지만 프로 경륜에 대한 그의 도전을 막을 순 없었다.

허은회는 기량이 만개한 나이에 경륜 선수로 데뷔했음에도 24년을 철저한 자기관리로 젊은 선수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허은회 선수의 강점은 아마추어 입상종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도로, 트랙, 중·장거리, 스프린트 등 다양한 종목을 소화하면서 길러온 지구력과 순발력이다.

시련도 있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승률 0%였고, 2016년에는 1착 1회, 2착 2회, 3착 10회를 기록하며, 승률 2%, 연대율 5%, 삼연대율 21%에 불과했다.

올 시즌은 반전의 해였다. 승률은 지난 광명 26회차 기준 28%에 달한다. 연대율 42%, 삼연대율 61%로 경륜 팬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1착 10회, 2착 5회, 3착 7회도 대단한 성과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 나서며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경기에 출전하는 일수 역시 연간 60일이 넘는 등 체력적인 문제도 아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허은회는 “경륜팬들의 사랑으로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력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현재 경륜 선수로 등록된 선수는 총 539명이다. 연령대별로 경륜선수 분포를 보면 20대가 59명, 30대 331명, 40대 146명, 50대 3명이다. 40대에 접어들면 선수들 숫자가 급감한다. 신체적인 능력이 중요한 경륜 선수의 특성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결과다. 특히 50대부터는 선수활동 자체가 힘든 시기로 선수 수를 손꼽을 정도다.

그러나 허은회의 선수생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진행형이다.

허은회는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은퇴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체력관리를 철저히 해 다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고 한다. 허은회 선수에게 52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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