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5·18 담다①] 송강호 “세상을 바꾸는, 이름 모를 시민들”

입력 2017-07-2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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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는 영화 ‘택시운전사’ 공개를 앞두고 받는 기대를 “건강하고 좋은 부담감”이라고 했다. 1980년 5월 광주를 목격하는 택시운전사 역을 맡은 그는 “아무리 영화라지만 광주 금남로 장면 촬영은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사진제공|쇼박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27일 개봉하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제작 김기덕필름)과 8월2일 선보이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램프)이다. 두 작품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현대사의 또 다른 비극, 하지만 그로부터 피어난 인간애에 대한 열망을 바탕에 깔고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소심한 택시기사와 그가 자신의 택시에 태운 독일인 기자의 눈으로 광주의 아픔을 다룬다. ‘포크레인‘은 항쟁 진압에 나섰던 공수부대원의 기억을 통해 광주를 이야기한다. 그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인 ’택시운전사‘의 송강호를 만나 광주와 영화와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광주를 바라보는 두 영화의 각기 다른 시선을 따라가면서 1980년대 이후 꾸준히 광주의 이야기를 담아온 영화를 돌아본다.


■ ‘택시운전사’ 송강호

관객이 내게 거는 기대는 건강한 부담감
난 이야기를 틀리지 않게 전하려 할 뿐
계엄군의 총격 장면, 영화지만 힘든 경험
작품 선택? 영화의 깊이, 확장성이 잣대
축구선수 아들과도 영화 얘기 더 많이 해


배우 송강호(50)만큼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는 드물다. 매년 한 편 이상 영화를 내놓으면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의 기대에 부응한다. 출연편수가 늘어나고 때론 비슷해 보이는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그가 하면 언제나 다르고 늘 매력적이다.

올해 여름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를 택했다. 1980년 5월 광주로 향한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 8월2일 개봉을 앞두고 자신에 집중된 관객의 시선과 기대에 그는 “건강한 부담감, 좋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즐기겠다는 의지다.

“책임감을 나쁘게 받아들이면 나도 지치고 만다. 관객은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으로 찾아온다. 그에 대해 배우로서 책임감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틀리지 않게 관객에 전하려 한다.”

최근 몇 년간 근현대사의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스크린에 부활시킨 송강호는 이번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꺼낸다. 광주의 참상이 철저히 은폐되던 때, 아무 것도 모른 채 서울에서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하는 인물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위에서 일해 번 돈으로 산 택시가 유일한 재산이어서 애지중지하는 그는 홀로 딸을 키우는 평범한 아빠이지만, 살상이 난무하는 광주를 목도하고 기꺼이 힘을 보탠다.

송강호는 광주 금남로에서 벌어진, 시민을 향한 계엄군의 총격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을 돌이키며 “영화인 걸 알면서도 힘든 경험”이라고 했다. “그 아픈 장면을 목도할 땐 정말 괴로웠다”며 “내가 바라보는 공간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엄청난 혼란을 겪는 공포심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평소 정치적 소신을 밝히거나 관련 발언을 내놓는 대신 자신의 주관을 주로 영화로 드러내온 송강호는 영화와 5·18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정치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말도 꺼냈다.

“평범한 이들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게 사람의 도리인가’ 고민했고, 그 힘을 모아 극복하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그 과정에는 우리가 보낸 지난 1년의 시간도 있고, 1987년도 있다. 이름 모를 시민의 힘이다. 그런 면에서 내 마음에도 빚이 있는 것 같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어떤 면에서 ‘택시운전사’는 앞서 송강호가 주연한 ‘변호인’의 연장선에 있다.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다루는 이야기라는 사실이 닮았다. 동일 선상에 있는 작품인 탓에 혹여 출연을 망설이진 않았을까 궁금했지만 그의 설명은 예상을 빗나갔다.

“앞선 작품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출연을 거절해본 적은 없다. 그건 아주 지엽적인 문제다. 배우라는 직업이 스포츠처럼 순위로 매겨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배우로 긴 인생을 살아가고, 자연인 송강호로 봤을 때도 영화의 함의나 깊이, 확장성이 나에겐 더 중요하다.”

송강호는 현재 영화 ‘마약왕’을 촬영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촬영지인 부산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마치면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합작인 ‘기생충’이 기다리고 있다. 머리에서 ‘영화’를 빼면 뭐가 남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관객으로부터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을 때 고생스러움이 사라지는 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런 면에서 영화를 뺀 송강호의 일상은 평범하다. 아들은 축구선수(수원삼성 송준평)인데도 그는 운동을 즐기지 않는다. “약간의 조깅 정도 한다”며 “땀이 날랑 말랑할 때 멈춘다”고 웃었다. 축구와 영화 가운데 아들과는 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를 물어보면 내가 대답해주는 식이다. 사실 대화가 많이 부족하다. 난 주로 지방촬영을 가고, 아들은 숙소에 있으니까. (아들은)지금 선수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다른 것보다 그게 먼저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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