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KIA 이명기의 고백, “나를 바꾸니 트레이드도 기회였다”

입력 2017-07-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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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명기는 시즌 초 트레이드로 소속팀을 SK에서 KIA로 옮겼다. 어느 구단보다 풍부한 KIA 외야진 속에서 자신만의 야구로 생존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트레이드 자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쳐 KIA의 단독질주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트레이드는 버림 받았다는 상처일 수도, 혹은 새 출발일 수 있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KIA 이명기(30)는 2017년 4월 7일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SK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날이자 이명기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다고, 절망적이었던 KIA행은 반전을 끌어냈다. 2005년 LG에서 KIA로 갔던 이용규(현 한화)를 연상시킬 정도의 임팩트다. 43연속경기 출루 기록도 현재진행형이다. 트레이드가 이명기의 내면에서 무엇을 변화시켰을까. 직접 듣고 싶었다.

KIA 이명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트레이드, 이젠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기대 이상으로 KIA에 녹아들고 있다.


“즐겁게 야구한다. 선수들이 잘하니까 시너지효과가 나한테까지 오는 것 같다. 사소한 실수를 해도 담아두지 않으려 한다.”


-SK에서 KIA로 넘어올 때 무슨 기분이었나?

“처음 KIA 간다는 얘기 듣고 절망했다.(웃음) 외야가 워낙 좋으니까. (최)형우 형, (김)주찬이 형, 외국인 선수(버나디나), (신)종길이 형, (나)지완이 형까지. 뛸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1군에만 있자’ 이렇게 생각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어땠나?

“인사드릴 때, ‘내 스타일 알지?’ 딱 한 마디 하셨다. 별말씀 없어도, 선을 넘어가는 행동하면 가차 없다는 얘기는 들었다. 이적 첫 경기에서 실책을 했다. ‘너, 실책한 적 있지? 삼진 먹은 적 있지? 있는데 왜 의기소침해?’라고 하시더라. 그 다음날에도 경기에 넣어 주셨다. 트레이드 되고 와서 자신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작년에도 야구가 안 됐고, 캠프 때도 안 되고 있었는데도 계속 내보내줬다. 그런데 결과가 괜찮았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KIA 이명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IA 선배들 보며 내 고집을 꺾었더니 길이 열리더라

-인천고 유망주였는데 의외로 프로 지명은 후순위(9라운드)였다.


“부풀려진 게 있다. (김)현수(볼티모어)는 저학년 때부터 잘했고, 나는 3학년, 1년만 잘했다. 그렇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대학갈 생각은 없었다. 고3 때, 성적이 좋다보니까 욕심이 생겼다.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이재원(SK)과 입단 동기다.”


-그러나 무명 기간이 길었다.

“2군에서 힘들었다. 거의 5년 동안 있었다. SK에서 기회가 없었다. 군대가기 전까지 야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2군에서 3할을 쳐도 올라갈 길이 없고, 올라가봤자 대타나 대수비 했다가 다시 내려오니까. 다른 길 생각도 했다.”


-그래도 야구를 놓지 않았다.

“공익생활 하면서 밖에 나가서 마땅히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밖에서 공무원들과 생활하니까 사회생활 힘든 걸 알겠더라. 돌아가면 야구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에 퇴근하면 야구 안 보고, 모교 가서 운동했다.”


-2015년 커리어하이를 찍었는데 2016년 몰락했다.

“갑자기 안 맞으니까 당황했다. 타격에서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내 안에서 무언가가 깨졌고, 벗어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트레이드로 반등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고집하던 타격 스타일이 있었는데 KIA에 와서 달라졌다. 나보다 훨씬 좋은 선수들이 배팅 치는 것을 보면서 ‘이 선수들은 따라 해도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 연습을 유심히 봤다. 물어봤다. 경기 때 시도해봤다. 그랬더니 결과가 잘 나왔다.”

KIA 이명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이치로? 얼굴 말고 야구실력 닮고 싶어

-‘배드볼 히터’라는 평가에 동의하나?


“그렇다. 눈에 들어오면 다 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개선할 부분인데 너무 고치려고 하면 내 것이 무너지니까, 하다보면 교정될 것이라 생각한다. 형우 형한테 볼 잘 보는 법을 물은 적이 있다. ‘계속 하면 투수의 궤적이 그려진다. 그러니 빠져들지 말라’고 하더라.”


-수비 스트레스는 어떤가?

“많이 없어졌다. 실수를 해도 코치님들이 민망할 정도로 지적을 안 한다. 내가 안다. 그래서 ‘이거 잡을 수 있었어요?’라고 먼저 묻는다. 그럼 ‘네 생각 어때?’라고 묻는다. 내가 ‘있었다’고 하면 ‘너도 알면서 뭘 물어봐’ 이러신다.(웃음)”


-더워져도 타율이 안 떨어진다.

“선천적으로 체력이 약한데 기록을 보면 여름에 좋다. 나도 의아하다. 피곤하고 힘든데 성적은 여름에 더 좋다.”


-이치로 닮았다는 얘기에 동의하나?

“안 닮은 것 같다. 야구실력을 반 정도만 닮았으면 좋겠다.(웃음)”


-예상 이상으로 잘 되고 있다.

“규정타석 채우고 싶다. 지금처럼만 안타, 타점, 출루율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 KIA 이명기

▲1987년 12월 26일생
▲서화초∼상인천중∼인천고
▲좌투좌타
▲키 183cm, 몸무게 80kg
▲2006년 SK 와이번스 입단(2차 8라운드 63순위 지명)
▲2017년 연봉 1억5000만원
▲프로 경력=SK(2006∼2017년 4월)∼KIA(2017년 4월∼현재)
▲프로 통산성적=439경기 타율 0.324, 1541타수 500안타 15홈런 148타점 250득점
▲2017년 성적=80경기 타율 0.349, 327타수 114안타 6홈런 50타점 55득점(24일 현재)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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