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악동뮤지션’ 비토, 카메라타 코리아를 만나다

입력 2017-07-30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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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메라타 코리아

기타 듀엣 비토(VITO)를 다시 만난 것은 7월27일 밤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였다.

이날은 한국창작관현악곡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음악적 언어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16년 설립된 카메라타 코리아의 창단연주회가 열린 날이었다. 비토는 카메라타 코리아와 협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비토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두 명으로 구성된 기타 듀엣이다. 남녀 혼성듀엣으로 오빠 이성준과 동생 이수진이 멤버다. 놀라운 음악성과 테크닉, 기발한 무대매너 등을 통해 ‘클래식계의 악동뮤지션’이란 별명을 얻은 팀이다.

이날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순수 창작곡으로만 짜여 눈길을 끌었다. 대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작곡자는 이 팀의 상임지휘자이기도 한 양일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을 졸업한 뒤 러시아와 미국을 오가며 활동한 인물이다.
러시아 아드게야 공화국 국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와 미국 조지아 챔버·미국 사우스이스트 텍사스 유스심포니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1부 첫 곡은 ‘엄마야 누나야 주제에 의한 캐논’이었다. 김소월이 가사를 쓴 동요를 캐논의 형식으로 편곡해 완성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이 동요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요’라고 여겨왔다. 이 동요가 품고 있는 멜로디는 김소월의 가사와 물려 ‘아이들에게 들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처연한 정서를 자아낸다.

작곡자 양일오는 다섯 파트에 다섯 개의 멜로디를 나누어준 뒤 차례로 돌림으로써 무대 위에 슬픔이 물결치도록 만들었다.

사진|카메라타 코리아


두 번째 곡에서 드디어 비토의 등장. ‘두 대의 기타를 위한 협주곡’이라는 평범한 타이틀의 곡을 연주할 차례다. 역시 양일오의 작품이다. 양일오는 이 작품에 대해 “남북의 염원을 담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3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에는 남과 북이 만났다가 떨어지고, 다시 화합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비토는 과연 현란한 기교(주로 오빠 쪽이다)와 섬세한 감성(동생이다)이 빚어내는 황홀한 6현의 울림을 선사했다. 현악 오케스트라 속에서 두 대의 기타는 마치 사람처럼 노래하고 있었다.
3악장은 그중 백미로 작곡자는 부점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한국적인 흥을 끌어냈다. 두 대의 기타가 오케스트라와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나가고, 점점 속도가 붙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싶더니 급기야 탁 트인 평원이 눈앞에 드러나는 장쾌한 광경에서는 드보르작이 연상될 정도였다.

관객의 박수는 비토를 무대 위로 다시 불러들였고, 비토는 양방언의 ‘프론티어’를 앙코르곡으로 내놨다. 기타를 탄주하고, 두드리고, 뭔가를 꺼내 불더니 “얼쑤”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비토의 개성이 돋보이는 멋진 연주였다.

2막은 이날 연주회의 하이라이트인 ‘한국의 4계’가 연주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한국의 4계절을 그린 작품인데 우리나라의 산수를 그린 풍경화라기보다는 도심의 일상을 묘사한 풍속화같은 느낌을 주었다.

다만 창단연주회인데다 초연작에 대한 부담 탓인지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살짝 메마르게 들린 것은 아쉬웠다. 음색이 마르다보니 아무래도 넘실대는 맛이 덜했다.

한국 클래식음악 시장에서 창작관현악곡을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로 전문예술단체를 설립하고, 창단음악회의 레퍼토리를 100% 창작곡으로 배치한 대담한 발상과 용기에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풍경이 아닌 일상을 다룬 ‘한국의 4계’는 다시 한 번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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