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의 습격, ‘살충제 계란’ 공포…유통업계 판매중단

입력 2017-08-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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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대형마트·온라인 등 예방차원서 동참
정부 3000마리 이상 농가 검사 등 대책

먹을거리에 대한 포비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서 큰 파문을 일으킨 ‘살충제 계란’ 공포가 국내도 상륙했다. 국산 산란계 농가에서 식용 가축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소비자의 우려가 일자, 유통업계는 일제히 예방 차원에서 계란 판매를 잇달아 중지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계란을 재료로 사용하는 제빵·제과 등 식품업계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의 8만 마리 규모 농가에서 ‘피프로닐’ 살충제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경기도 광주 6만 마리 규모의 또 다른 농가에서는 닭 진드기 퇴치제 ‘비펜트린’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피프로닐은 가축에 기생하는 벼룩이나 진드기 등을 없애는 살충제로 식용 가축에는 사용이 금지됐다. 유럽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것도 피프로닐 살충제다. 비펜트린은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와구모)를 제거하는 살충제로, 허용 기준치(0.01mg/kg)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해당 농가서 생산한 계란에 대한 유통·판매를 잠정 중단하고,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시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또 전국 3000마리 이상 규모 농가에서 생산하는 계란 출하를 중단하고 전수검사를 벌일 방침이다.

국내에도 ‘살충제 계란’이 현실로 닥치면서 소비자의 불안이 급격히 확산되자, 유통업계는 대형마트를 시작으로 편의점, 온라인쇼핑까지 잇달아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15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이번에 문제 성분이 검출된 지역 농가 계란은 납품받은 적 없지만 고객 안심 차원에서 정부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란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협하나로마트도 같은 날 전국 지점에서 계란판매를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했다. 김원석 농협 농업경제대표는 “안전한 농축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판매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제공|농협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국산 계란과 이를 재료로 한 제품에 대한 판매와 발주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몰도 속속 판매 중단 결정을 내리고 있다. 위메프 관계자는 “고객 안전과 불안감을 고려해 계란 판매를 선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이후 정부조사결과 발표 이후에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살충제 계란 파장은 앞으로 더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미처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살충제 파문이 덮쳐 계란 값이 다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 유통매장 뿐 아니라 계란을 원료로 사용하는 음식점과 제과업계 등 자영업과 식품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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