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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러 ‘야구정설’은 국내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에서도 종종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현대야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야구는 통계와 심리의 스포츠입니다. 현대야구에서는 특히나 두 요소가 갖는 의미가 크죠. 예전부터 내려오는 정설은 이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요. 일반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기록을 활용해 경기에 적용시키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정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에요. 기록으로만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야구가 얼마나 쉽겠습니까. 코칭스태프의 경기 상황을 읽는 능력과 판단력이 가미돼야 정설을 기반으로 한 작전도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Q : 이른 바 ‘좌우놀이’라고 불리는 야구정설을 감독님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좌(우)타자는 왜 좌(우)투수에 약한 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 가장 큰 부분은 역시 공의 궤적이죠. 좌투수와 좌타자를 예로 들어볼까요? 타석에 서는 타자는 기본적으로 투수를 보려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야 해요. 타자의 등은 좌투수의 왼팔 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시선이 처음부터 공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죠. 공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여기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변화구까지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죠. 처음부터 보기 어려운 공이 바깥쪽으로 점점 더 멀어진다? 타자가 반응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타자의 스윙 매커니즘으로는 완벽하게 따라가기가 어려워요. 더군다나 최근에는 크로스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졌어요. 이전보다 공이 더 멀리 도망가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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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렇다면 당연히 좌투수 공략에는 우타자를 내는 게 일반적일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완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은 왜 생긴 걸까요?
A : 구속을 갖춘 좌투수가 가지는 강점이 많기 때문이죠. 좌투수가 외곽에서 외곽으로 던지는 이른바 ‘백도어’성 변화구는 우타자가 정말 치기 힘듭니다. 아무리 좋은 타자도 멀리 보이는 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이런 좌투수가 빠른공을 몸쪽으로도 던질 수 있다면 그 위력은 더 배가되는 거죠. 멀리 보이는 공과 몸쪽을 파고드는 공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타자는 항상 공에 대응하는 입장입니다. 스윙 매커니즘이라는 게 그 궤적에 바로 반응하기가 쉽지 않아요.
Q :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에게 약한 것도 공의 궤적과 관련이 있을까요?
A : 큰 의미에서 보면 그렇죠. 언더핸드 투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보다 주로 변화구를 던지는 선수들이 많아요. 또 대부분 우완이잖아요? 좌타자 입장에서는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공보다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이 더 많죠. 일단 오래 볼 수 있고, 스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여유 있게 확보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를 이겨내려면 빠른 공을 던지거나 아니면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어야 해요. 올 시즌 kt의 고영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도 위력 있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죠.
야구에서 흔히 잠수함투수는 좌타자에 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영표(kt)처럼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장착하면 좌타자 승부에서 이겨낼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Q : ‘교체된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는 어떤 근거로 나온 정설일까요.
A :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됐다고 봐야죠. 보통 구원투수는 팀의 위기 혹은 마무리를 해야 하는 긴장감 높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죠. 초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던져 0-1을 만드느냐 아니면 볼을 던져 1-0이 되느냐는 타자와의 승부에 있어 엄청나게 다른 상황을 만듭니다. 투수는 기본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타자와 승부하고 싶어 해요. 이런 투수의 심리를 바탕으로 나온 정설이라고 봐야죠.
Q : 여러 야구정설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A : 정설의 근원인 기록은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죠. 야구가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확률이 언제든 깨지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기록이 앞으로의 기록이 되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죠. 감독과 선수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을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프로인 거죠. 새삼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야구는 예측할 수 있으나 또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다.’ 우리가 모두 야구에 빠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