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들’. 사진제공|코리아픽쳐스
장동건이 꼽은 ‘인생작’
● ‘친구’(2001년·감독 곽경택)
단추를 풀어헤친 검은 교복 차림과 삭발에 가까운 머리, 검은 슈트에 굵은 목걸이를 차고 느와르의 진한 야성미를 드러내며 장동건은 곱고 아름다운 청춘의 이미지에서 훌쩍 벗어났다. 장동건은 “나 역시 촬영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고 기억한다.
부산에서 함께 나고 자란 오랜 친구가 조직폭력의 어두운 세계에서 서로를 배신하며 끝내 비극적 결말을 맺는 줄거리를 지닌 영화에서 장동건은 진한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펼치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사진제공|쇼박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비극을 그린 영화. 유약하지만 올곧은 성품을 지닌 동생(원빈)을 전쟁의 참화에서 구해내기 위해 피어린 투쟁에 나선 형 역이 장동건의 몫이었다. 영화 후반부 온통 검댕이칠을 하고 뒤집힌 눈을 내보이는 그의 모습에 관객은 박수를 보냈다. 전쟁의 양상과 그 속에서 겪는 두 형제의 아픔을 따라 그려낸 실감 나는 전투장면도 빛났다.
장동건은 “전투장면은 당시 영상 기술력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돌이킨다. 그리고 1000만 관객 흥행이라는 “큰 보람과 보답”을 얻었다.
영화 ‘위험한 관계’.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퍼즐 조각을 꿰맞춰 가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창의적으로 작업하는 것임을 알게 했다.”
중국 톱스타 장쯔이, 장바이쯔(장백지)와 호흡을 맞춘 장동건은 “허진호 감독과 함께하며 이전과는 굉장히 다른 방식의 영화 만들기를 경험했다”고 돌아본다. 옴므파탈의 이미지를 더하며 허진호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적 표현에 얹힌 연기로 새로운 무대를 체험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흥행하지 못해 장동건에게는 “많은 안타까움을 남긴 작품”이지만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받으면서 그 향기를 온전히 내뿜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