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원작과 다른 ‘살기법’, 설경구-김남길 투톱에 설현 ‘1도움’ (종합)

입력 2017-08-28 17: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A:현장] 원작과 다른 ‘살기법’, 설경구-김남길 투톱에 설현 ‘1도움’ (종합)

원작 소설과 같은 듯 다르다. 캐릭터도 이야기의 틀도 다르지만 후반부 몰아치는 전개도, 엔딩도 다르다. 원신연 감독의 과감한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될까 ‘패착’이 될까.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설경구 김남길 설현 그리고 ‘살인자의 기억법’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참석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설경구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할을, 김남길은 병수와 대립되는 관계로 병수가 자신과 닮은 연쇄살인범이라고 추리하는 태주 역할을 맡았다. 김영하 작가의 원작에서는 모든 캐릭터들이 오직 ‘병수의 기억법’ 속에서 관계를 맺은 채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영화에서는 중심축이 두 개로 늘었다. 병수뿐 아니라 태주의 롤이 주인공에 버금갈 만큼 커진 것.

원신연 감독은 “원작에서의 태주는 본질이 없다. 병수를 서브하는 캐릭터였다. 영화에서는 두개의 축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태주 캐릭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주는 자체로서도 존재하고 있지만 어쩌면 김병수의 자아일 수도 있고 과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살을 붙여가면서 정교하게 가공했다”고 열린 해석으로 궁금증을 더했다.

냉소적인 병수의 독백으로 가득 찬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기까지 고민이 많았던 원신연 감독. 그는 “쉽지 않았다. 변화를 많이 줘서 전혀 다른 영화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고 남긴 메모의 내용은 ‘소설과 가까우면서도 먼 영화를 만들 것’이었다”며 “영화에 소설이 많이 반영이 돼 있다. 소설을 안 본 사람들이 영화를 봐도 무리가 없게끔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느껴져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원신연 감독은 소설과 영화의 다른 관전 포인트에 대해 주인공 김병수의 매력을 언급했다. 소설 속 김병수는 무자비한 연쇄 살인마지만 소설 속 김병수가 살해하는 상대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 일가족의 삶을 망친 사채업자, 아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알콜 중동자 등이다. 원신연 감독이 주인공이 저지른 살인의 명분을 조금이나마 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원신연 감독은 “소설을 읽고 김병수를 응원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캐릭터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매력이 있더라.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이고 매력인 것 같다”면서 “영화는 내가 따라가고 있는 감정에 빠져있는 캐릭터를 응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김병수 캐릭터가 연쇄살인범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드는 게 중점을 뒀다. 그런 차이를 보면서 영화를 보면 소설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원신연 감독의 리드 아래 설경구 김남길 설현은 저마다 소설 속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 온몸으로 표현해냈다. 설경구와 김남길의 연기는 언제나 그랬듯 훌륭하다. 걸그룹 AOA라는 편견을 벗어던지고 바라본 설현의 연기도 ‘평타’ 수준이다.

설현에 대해 설경구는 “백치미가 있다”고 칭찬했다. 김남길은 “순수하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하얀색이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 보여주기식 이미지가 많았다면 영화 현장에서는 배우 설현 본연의 이미지를 많이 봤다”고 밝혔다. 원신연 감독 또한 지난 제작보고회 당시 설현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소설의 매력을 품으면서도 영화적인 재미 또한 더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9월 7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