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봉한 ‘로마의 휴일’ 주인공 임창정은 “긴장을 내려놓고, 무장해제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봐 달라”고 했다. 영화는 한탕을 노리는 세 남자가 클럽에서 벌이는 유쾌한 납치 소동극이다. 사진제공|전망좋은영화사
연기·음악에 이어 내년엔 연출 도전
2년 반 준비…해외영화제 가봐야죠
배우 임창정(44)은 유독 남자들에게 인기다. 그의 팬 사이트에서는 ‘오빠’ 보다 ‘형’이라는 호칭이 더 눈에 띈다. 팬들은 임창정이 오랜만에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감독 이덕희·제작 전망좋은영화사)의 개봉일인 30일에 맞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도 진행했다.
“팬들은 거의 매니저처럼 나를 관리해준다”는 게 임창정의 설명. 함께 부대끼며 지낸 시간이 긴 만큼 서로 듣기 좋은 말만 나누는 스타의 팬 사이가 아니다. “요즘 머리카락을 좀 길렀더니 팬들이 자르라고 아우성이다. 그냥 ‘잘라요’라고 하지 않는다. ‘앞머리로 쌈 싸먹으려고 하느냐’부터 ‘왜 이렇게 게으르냐’까지, 표현이 세다. 최근 몸무게가 10kg 정도 늘었더니 이번엔 술 좀 그만 먹으라고 난리다. 그래놓곤 집으로 헛개수, 벌꿀을 잔뜩 보낸다.”
임창정은 팬들과 만날 기회가 잦다. 경기 고양시 분당 정자동에서 자신의 히트곡 ‘소주한잔’의 이름을 딴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틈나는 대로 팬들과 모인다. 전국으로 분점을 내는 이 주점은 얼마 전 누리꾼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맛있어서가 아니다. 웬만한 기업 수준의 직원 복지 때문이다.
가게 점장으로 진급한 직원에겐 중형 승용차 선물, 혼자 사는 여직원에겐 주택보안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를 때도 잦다. 임창정은 “사람에게 즐거움 주라고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만들어진 건데, 보답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임창정은 올해 1월 새 가정을 꾸렸다. 이미 세 아들을 두고 있던 그는 한 차례 아픔을 겪은 뒤 새로운 출발을 했고, 얼마 전 넷째 아들을 얻었다. 가장으로서의 무게는 더 커졌다. “첫째가 5학년, 둘째가 3학년인데 둘이 운동 다니느라 요즘은 나를 따돌린다. 두 달 전에 제주로 이사했다. 20년 넘도록 제주를 다녀서 아주 익숙한 곳이다. 가야할 곳에 이제야 정착한 느낌이랄까. 아이들한테 언제든 ‘바다가자’ ‘낚시가자’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도시에선 어려운 일이잖나. 가족들로 인해 요즘에는 욕심이 더 생긴다. 아이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을 때 진짜 행복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저 원수들 어떻게 키우나’ 싶다. 하하!”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 사진제공|전망좋은영화사
자녀의 수가 늘어서인지 일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세 남자의 클럽 납치 소동을 그린 영화 ‘로마의 휴일’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이는 그는 10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신곡도 발표할 계획이다. 솔로곡도 있고, 듀엣곡도 있다. 내년 초에는 주연과 제작을 맡은 영화 ‘게이트’를 놓는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국정농단사건을 모티프로 한 이야기. 임창정은 시나리오 각색도 직접 하고, 처음으로 영화음악감독까지 맡았다.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년엔 영화를 연출할 계획이다. 2년 반 전부터 준비해왔다. 드라마로 방송한 작품의 판권을 사서 영화화하고 있다. 투자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진한 휴먼드라마가 될 텐데, 잘 만들 자신이 있다.”
임창정은 감독 데뷔를 앞두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감성의 이야기”라며 한껏 목소리를 높이더니 “그래서 해외영화제까지 공략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스스로 평가하기를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모두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는 그는 “그동안 슬럼프도, 전성기도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은 곧 매번 전성기이고 슬럼프이니 정신줄을 놓고 살지 말라는 뜻 아니겠나.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