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영업’ 고집 버린 은행들

입력 2017-09-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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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핀크’ 그랜드 오프닝 행사.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민응준 핀크 대표이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인찬 SK텔레콤 서비스부문장(왼쪽부터)이 론칭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유통업체와 이동통신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 l 하나금융그룹

금융서비스 모바일로 무게중심 이동 영향
온라인쇼핑몰서 적금 가입하면 금리 우대
이통사 제휴, AI 기반 금융 서비스 출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 대세’

시중은행의 ‘협업’ 전성시대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다양한 부가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변신이다. 특히 기존 포인트 제휴 중심의 수동적인 헙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개념의 신상품 개발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이제는 온라인쇼핑몰서 예금 적금 구입

이제는 은행의 예금이나 적금상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입하는 시대가 열렸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인터파크에 ‘KEB하나은행 상품몰’을 개설하고, 6일 ‘인터파크 쇼핑 적금’을 내놨다. 월 10만∼30만원을 넣을 수 있으며 금리는 1년 만기 상품이 연 2.0%, 2년 만기 상품이 2.5%다. 인터파크 사이트 내 KEB하나은행 상품몰에서 계약하면 금리를 0.1% 포인트 우대하는 것이 매력이다.

KB국민은행 역시 티몬과 손잡고 ‘KB티몬적금’을 선보였다. 6개월 만기해지하면 원리금의 일부 혹은 전액을 티몬 캐시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결제 금액의 5%를 추가로 적립할 수 있어 어지간한 적금 이자보다 월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위비Life@ G마켓·옥션 팡팡적금’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유통업체 홈플러스와 협력해 금융과 유통 서비스가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곧 신한은행 ‘S뱅킹’과 온라인 홈플러스몰을 연동한 특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유통사와 제휴를 진행하는 것은 소비 최전선인 유통사에서 금융 상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고객 접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영업이 강화되면서 고객이 은행을 찾아오기만 기다릴 수 없게 됐다”며 “소비시장의 일선에 서있는 유통업체를 통해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은행의 절실함이 반영된 변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도 윈윈의 결과를 거둘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은행 상품을 취급하면서 금융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고 금융 상품과 연계한 캐시 등을 통해 안정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동통신사 협업, 모바일뱅킹 경쟁력 높여

이동통신사와의 활발한 헙업도 눈길을 끈다. 최근 출시한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품 ‘핀크’가 대표적이다.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기반으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금융상품 소개를 통해 자산관리를 돕는 앱 서비스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없는 차별화된 기능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0∼30대 젊은 고객들의 소비 내역을 체크하고 과소비를 막는 게 핵심이다.

이밖에 KB금융지주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통합 멤버십 서비스 ‘리브 메이트’를 내놨고, 우리은행 역시 KT와 협력해 인공지능 기반 금융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들이 이통사와의 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금융 서비스의 무게중심이 모바일 뱅킹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민 대다수가 가입하고 있는 통신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이탈을 최소화하고 통신사 회원을 새로운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는 등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고객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이제는 모바일뱅킹 경쟁력이 곧 금융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흥행실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견제수위를 끌어올리는 움직임”이라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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