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본선에선 골 맛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

입력 2017-09-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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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이 9월 6일(한국시간) 타슈켄트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 경기 후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미리 준비한 감사의 현수막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이 열린 6일 새벽. 90분간의 공방이 0-0으로 끝나자 TV 화면에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문구가 흘렀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한국 선수단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천신만고’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우리 대표팀은 힘든 여정을 거쳤다. 최종예선 도중 감독 교체라는 아픔을 겪었고, 선수들은 실력부터 정신자세까지 욕이란 욕은 죄다 먹었다. 그런 과정을 거쳤으니 본선티켓이 주는 의미는 더했을 것이다.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그동안 본선행에 너무 익숙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본선 티켓 확보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날 패배로 본선행이 좌절된다는 현실이 두려웠고, 그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실 최종예선의 목적은 티켓 확보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본선에 오르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게 지상과제다.

그런데 축구라는 게 선수들만의 놀이가 아니다. 본선행에 애간장을 태우는 건 팬들도 마찬가지다. 축구는 선수뿐 아니라 팬들도 같이 하는 것이다. 그게 축구의 존재 이유다. 본선행을 확정지었는데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팬들의 마음이 속 시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열기가 식는 건 당연하다. 이번 최종예선에서는 ‘감동’도 부족했다. 특히 안타까운 게 팬들이 골 맛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대부분 축구인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번 최종예선 10경기에서 나온 골은 총 11골(10실점). 경기당 1.1골이다. 1차전 중국전에서 나온 상대 자책골을 빼면 경기당 1골이다. 원정경기만 놓고 보면 심각하다. 5경기에서 단 2골이다. 경기당 0.4골에 불과하다. 감독 교체 이후 치러진 9, 10차전에서의 연속 무득점은 팬들의 실망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란전은 6만 관중이 지켜보는 홈그라운드에서, 그것도 상대가 10명이 싸우는 수적 우세 속에서도 승부수를 띄우지 못하고 비겼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역대 최종예선 득점력과 비교해도 차이가 많이 난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는 경기당 1.6골(8경기 13골)이고, 2010남아공월드컵 때는 1.5골(8경기 12골), 2006독일월드컵 때도 1.5골(6경기 9골)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9차전을 가졌다. 0-0 무승부를 기록한 후 손흥민이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런 실력이라면 본선에 가더라도 창피 당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게 팬들의 솔직한 마음이다. 태극전사들도 이 점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동국은 팀이 부족한 부분을‘골 결정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골을 넣지 못한 부분에 선수들도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가서 단 한번의 찬스에서 넣을 수 있도록 결정력을 보완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같은 생각이었다. “월드컵에는 갔지만 골을 못 넣은 것이 많이 아쉽다. 골만 넣었으면 기분 좋게 진출할 수 있었는데 숙제가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축구인들도 본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비와 공격의 밸런스, 특히 공격력을 가다듬는데 신경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축구인 A는 “신태용 감독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작전을 잘 세웠다고 본다. 공격 숫자를 많이 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비에는 많이 뛰는 선수로 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수 개인의 능력이다. 능력이 안 되니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축구인 B는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정신자세와 더불어 조직력을 좀 더 가다듬어야 된다. 특히 대표팀의 공격을 이끄는 중심 선수라면 동료들보다 더 많이 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이란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가 열렸다. 한국과 이란이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이동국이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신태용 감독에게 너무 큰 짐을 지워 축구인들 모두 부끄럽게 생각해야한다”고 전제한 축구인 C는 “골이라는 게 (골을 넣을 수 있는) 그런 장면을 만들어야 가능한데, 그 과정까지 가는 게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그는 “에이스는 팀이 어려울 때 해결해줘야 하는데, 그런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 즉 골 결정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어릴 때부터 다져진 기본기가 바탕이 되어야한다. 수준급 개인기는 바로 그 기본기에서 나온다. 2002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도 준비 과정에서 골 결정력 비판이 일자 “슈팅을 하는 순간까지는 감독의 전술로 가능하지만 슈팅은 선수 개인이 하는 것”이라며 개인기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감독의 전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기본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골 맛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선수들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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