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지난달 9일 사직 kt전 1회말 2루주자로 나가 있던 이대호는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며 3루 도루를 감행해 여유 있게 성공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2001년 KBO리그 데뷔 후 통산 10호 도루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2011년 10월 4일 사직 한화전에서 개인통산 9호 도루에 성공한 이후 무려 2136일 만에 도루를 추가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롯데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에 다소 과한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이대호는 10일 수원 kt전에서 또 한번 ‘발야구’에 도전했다. 5회초 최준석의 2점홈런(시즌 14호)으로 6-3으로 달아난 상황. 이어 4번타자 이대호는 우전안타를 때리고 나가더니 5번타자 강민호 타석 때 2루로 내달렸다. 사실 단독도루라기보다는 볼카운트 3B-2S에서 자동적으로 2루로 뛴 것이었다. 결과는 아웃. 한 달 전과 달리 kt 배터리는 이번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 팬들은 즐겁게 “이대호”를 연호했다. 실제로 이대호가 도루실패를 하는 것도 보기 드문 장면이다. 2010년 8월 15일 광주 KIA전 이후 무려 2583일 만에 도루실패였다. 이대호의 도루 시도를 본 것만으로 본전 다 뽑은 롯데 팬들이었다.
이대호는 이로써 개인통산 두 자릿수 도루성공과 도루실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른 바 ‘10(도루성공)-10(도루실패) 클럽’에 가입해 이젠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를 부르짖던 이들의 입을 틀어막을 명분이 생겼다.
롯데는 kt를 7-5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4위 자리를 지켰다. 선발투수 송승준은 5이닝 3안타 3사사구 3삼진 3실점으로 2013년 이후 4년 만에 시즌 10승(5패) 고지를 밟았다.
수원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