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작품하나]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아버지 귀도의 슬픈 윙크

입력 2017-09-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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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 배우 설경구 ‘인생은 아름다워’

스크린을 통해 배우라는 인식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심어준 주연작 ‘박하사탕’은 2000년 1월1일 개봉했다. 오래 전부터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해’로 받아들여졌던 그해 벽두, ‘박하사탕’은 굴곡진 20년의 세월을 살아낸 40대 남자 김영호의 삶과 첫사랑의 이야기로 관객에게 각기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했다.

모두가 돌아보는 시간 속에는 아버지에 관한 다양한 초상도 있을 법하다. 그리고 ‘귀도’라는 한 아버지도 그 속에서 웃고 있다.

귀도는 도라라는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살아가며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이제 아들이 다섯 살이 된 때, 2차 대전의 암울한 시대에 두 부자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용소로 끌려간다. 하지만 아버지 귀도는 이 모든 고난을 ‘게임’이라고 말하며 조수아를 안심시킨다. 매일매일 위태로운 순간을 재치 있게 넘기며 아들을 보듬어 안는 귀도의 모습. 연출자이자 주연배우이기도 한 로베르토 베니니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그 페이소스의 묵직함이 자아내는 웃음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침내 전쟁은 끝나가지만 수용소에 따라 들어온 아내를 찾기 위해 나선 길. 결국 나치에게 끌려가면서도 아들을 향해 윙크를 보내는 아버지 귀도의 담대함. 아버지는 떠나버렸지만 엄마의 품에 안기게 된 조수아의 그 천진한 웃음 속에서 귀도의 아픔을 다시 읽고 말았다.

그리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바라보는 이의 마음은 그렇게 아팠다. 마치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영화가 안겨준 여운과 잔상은 오래도록 깊이 남았다.

설경구(배우)

[스포츠동아 엔터테인먼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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