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드러낸 최강희 ‘3가지 고민’

입력 2017-09-1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이 9월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2017’28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마침내 마음 속에 꽁꽁 숨겨뒀던 우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제공 | 전북현대

■ 강원에 이기고도 찜찜한 뒷맛

4-1 리드서 순식간에 4-3 집중력 흔들
막강 화력 불구 27점 실점 수비 불균형
시즌 내내 반복된 좌·우 풀백 공백 숙제


“결국 우리가 우승하는 시나리오대로 가지 않겠나?”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의 입에서 처음으로‘우승’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9월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28라운드 홈경기를 앞둔 시점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승을 언급하면 한사코 손사래부터 치던 그였다. 선수들에게는 끊임없이 클래식 정상의 야망을 불어넣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속내를 감췄다.

“지금 확보해놓은 승점은 (순위경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2위권에서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만만치 않다.”면서 엄살부터 떨었다.

그런데 A매치 휴식기를 마치고 찬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9월이 되자 말이 바뀌었다. 2009·2011·2014·2015시즌에 이은 통산 5번째 정상을 향한 다짐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맞다. 지금은 승부수를 띄울 타이밍이다. 어차피 1위를 지키고 있으니 앞으로는 경쟁 팀들과의 격차를 벌려야 할 입장이다.

그저 그랬던 지역 클럽을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강으로 이끈 최 감독이 강조한 ‘우승의 조건’은 이렇다. ▲이길 경기는 확실히 잡을 것 ▲안방 경기, 그리고 라이벌전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최대한 앞설 것 ▲연패는 가급적 피할 것 등이다.

그런 면에서 10일 강원전은 전북에게 몹시 중요했다. 스플릿 라운드까지 남은 정규리그에서 최대한의 승점을 쌓아야 했다. 10월 초 수원삼성∼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어질 원정 2연전을 여유 있게 풀어가려면 강원은 반드시 넘어야 했다. 쉽지 않았다. 전반 킥오프 44초 만에 실점한 뒤 공격형 미드필더 이승기의 해트트릭으로 하프타임 이전에 스코어 4-1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축포를 너무 빨리 터트린 후유증이 나왔다.

사진제공|전북현대


후반전 양상은 전북 벤치의 바람과 정반대였다. 순식간에 2골을 더 내줘 1골 차로 추격당했다. 1명이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몰린 강원이 추가시간 5분까지 몰아치면서 전북은 이기도도 시원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최 감독의 표정은 심각했다. ‘집중력’을 최대의 문제로 꼽았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에 핵심자원 6명을 차출당한 후유증은 논외였다. “내내 어수선했다. 반성해야 한다. 불과 1∼2명의 집중력 저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새삼 확인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데뷔 이후 처음으로 1경기 3골을 몰아친 이승기도 “방심했다. 쉽게 갈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는 소감을 전했다.

‘불균형’도 전북이 우승전선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상대적으로 풍성한 최전방 자원들을 보유해 덕분에 54골로 클래식에서 가장 화끈한 화력을 자랑하지만 실점(27골)이 지나치게 많다. 여기저기 전력 누수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좌우 풀백들의 공백이 시즌 내내 반복된다. 잘 버티다가도 예기치 못한 대량 실점으로 스스로 위태로운 흐름을 떠안는다. 한 번 무너지면 팀 조직도 와해된다. 어수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대가 잘해 빚어지는 아쉬움이라면 어쩔 수 없으나 자신들의 부족함은 아주 뼈아프다. “이런 경기를 반복하면 안 된다. 수비 균형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 최 감독의 이야기다.

전북은 9월에만 3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원정 1회(포항 스틸러스), 홈 2경기(상주상무, 대구FC)가 남았다. 10월 이후의 2차례 라이벌전과 향후 스플릿 라운드를 우승 매직넘버 시리즈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신무장을 더욱 탄탄히 하고, 밸런스를 다져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특유의 능력을 다시금 발휘할 필요도 있다. 이제 전북현대는 우승을 향해 뛰어간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