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사극 ‘남한산성’③] ‘남한산성’, 문화·정서·소통의 영화를 보다

입력 2017-09-30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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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 스포츠동아DB

영화 ‘남한산성’은 사실 원작인 김훈의 동명소설에서 상당부분을 인용했다. 특히 대사는 거의 김훈의 문장을 따왔다.

“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습니까. 명길이 말하는 생이란 곧 죽음입니다. 명길은 삶과 죽음을 구분하지 못하고, 삶을 죽음과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김상헌)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소서.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최명길)

김훈의 몇몇 베스트셀러를 읽어본 이들이라면 금방이라도 눈치챌 만큼 영화는 원작의 문장에 기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힘은 연출자 황동혁 감독과 이병헌. 김윤석 등 배우들에게서 나온다.

이 같은 대사의 맛을 안겨주며 영화를 바라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도 바로 그들의 힘이다. 그래서 ‘남한산성’은 말 그대로 오랜 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상업영화’로서 충족감을 안겨준다.

진정성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정통사극으로서 묵직하고도 진한 여운을 안겨주는 스토리를 힘있게 그려낸 황동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한다.

더욱이 병자호란이라는 거대한 전란의 풍랑 속에서 치열한 말과 말의 논쟁으로 맞서는 신하들의 이야기는 오늘 강대국에 둘러싸인 채 외교적 혼돈 속에 놓인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일 수도 있다.

결국 임금이 삼전도로 나아가 청의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3배 9고두(三拜 九叩頭·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림)’의 치욕을 당하는 패배의 역사를 그리지만 극중 최명길이 내세우는 화친의 말처럼 “훗날을 도모”하려는 또 다른 지혜가 무엇인지도 묻는다.

그런 점에서 ‘남한산성’은 추석 명절 가족단위 관객에게 영화보기의 실질적인 재미를 안겨줄 수 있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이를 엮어낸 감독 등 제작진의 기량을 깊이 있게 들여보게 하는 문화적 매체로서 영화, 이미 빼어난 문학작품으로 이름을 남긴 소설의 또 다른 향취를 맛보게 하는 정서적 매체로서 영화, 역사와 현실에 관한 소중한 고민을 자녀세대와 공유하고 나눠볼 수 있는 소통의 매개로서 영화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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