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의 가을통신] 데뷔 10년차에 첫 PS, 롯데 황진수의 반전스토리

입력 2017-10-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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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진수는 프로 10년차에 처음으로 가을무대를 밟았다. 선수생활에 굴곡이 많았지만 끝까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올해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는 벅찬 감격을 누리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올해 프로 10년차인 황진수(롯데·28)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지난해까지 통산 48경기 출장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가끔씩 1군에 모습을 비춘 정도였다. 포스트시즌(PS) 경험은 당연히 올해가 처음이다. 이는 올해 정규시즌 6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1(117타수 34안타), 1홈런, 16타점, 출루율 0.359의 성적을 거두며 뒤늦게 두각을 나타낸 덕분에 얻은 훈장과도 같다.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는 9번 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하며 꿈에 그리던 PS 데뷔전을 치렀고, 팀의 올 시즌 PS 첫 타점까지 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야구인생에 굴곡이 많았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2007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45번)에 롯데의 지명을 받았지만 무릎 수술을 받아 1년 늦게(2008년) 입단했다. 그러나 화려한 공격력을 지닌 롯데에 자리는 없었다. 일찌감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군 문제를 해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 입단했을 때 ‘공격력만 좋아지면 좋을텐데’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스위치히터 전향을 결정한 것으로 기억한다. 모난 부분 없이 성실하게, 정말 열심히 운동했던 선수다.” 당시 롯데의 주장이었던 현 KBSN스포츠 조성환 해설위원의 회상이다. 뒤늦게라도 PS 무대에 설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성실함이었다. 올 시즌 후반기에 0.348(46타수 16안타)의 고타율을 자랑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첫 PS 무대에 대한 긴장감이 클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프로 10년차의 관록이 느껴졌다. 황진수는 “처음에는 내가 다소 급하게 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큰 경기에서 투수들의 실투가 늘어난다. 그만큼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 찬스가 오는데,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PS 데뷔전에서 팀이 패한(2-9)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승리로 끝난 2차전에서는 벤치를 지켰지만,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다는 자체가 황진수에게는 큰 기쁨이다. “나는 2군 선수였다. 가을에는 늘 훈련만 해왔다. 특별한 목표보다는 팀에 폐만 끼치지 않으면 될 것 같다. 1차전에서도 문제없이 타구를 처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연장 11회) 안일한 태그플레이는 내가 각성하는 계기가 됐다. 내 강점인 수비에 더 집중해 힘을 보태고 싶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절실함이 묻어났다. 프로 10년차에 맞는 첫 가을야구, 2017년은 그의 야구인생에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마산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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