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쿼터백 해커’ 잠실터치다운 승리를 던졌다

입력 2017-10-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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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NC 해커가 5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롯데 최준석을 삼진 아웃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직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NC 애릭 해커(34)는 고교시절 미국 텍사스 던켄빌 고등학교 미식축구팀의 쿼터백이었다. 야구선수로도 함께 뛰었지만 대학팀들의 관심이 뜨거운 쿼터백 유망주였다.

운명이 바뀐 건 졸업반이었던 4학년 경기 도중 발목이 부러지면서다. 부상을 당했지만 많은 대학이 해커가 가진 쿼터백으로 장래성을 높이 평가해 스카우트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해커는 끔찍한 부상 이후 자신의 꿈을 야구로 펼치기로 결심했다. 제구가 정교한 우완 투수 해커는 뉴욕 양키스가 23라운드에서 지명할 정도로 투수로도 높은 가능성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평소 해커에 대해 “쿼터백 출신이어서 그런지 승부욕이 매우 강하다”고 말한다. 미식축구는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가장 터프한 구기 종목이다. 쿼터백은 야구의 투수 이상으로 팀과 경기를 지배한다.

2013시즌 NC의 1군 데뷔부터 팀과 함께하고 있는 해커는 팀의 포스트시즌(PS) 탈락과 플레이오프(PO) 진출 운명이 걸린 15일 사직구장에서 불타오르는 강한 승부욕으로 잠실에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는 승리를 던졌다.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NC 해커가 역투하고 있다. 사직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해커는 시즌 막바지 자신이 부상을 당한 사이 팀이 2위권에서 4위로 추락하자 몹시 괴로워했다. 해커가 엔트리에서 제외된 9월 12일부터 20일까지 NC는 단 1승만을 거뒀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왼쪽 발목뼈에 염증이 발견됐고 큰 고통이 뒤따랐지만 진통제를 투여하며 버텨왔다. 해커는 PS에서 제 몫을 다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치료와 재활을 했다.

그 결과는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준PO 1차전 7이닝 1실점 호투, 15일 다시 사직에서 열린 5차전 6.1이닝 무실점 역투로 이어졌다.

특히 5차전은 빗속에서 치러진 격전이었다. 양 팀의 가을야구 운명이 걸린 승부인 만큼 긴장감이 그라운드 전체에 가득했다. 해커는 1회말 첫 타자 전준우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이대호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차분하게 이닝을 무실점으로 끝냈다. 이후 7회 1사까지 안타 3개, 볼넷 1개만을 추가로 허용하고 삼진 8개를 잡는 완벽한 투구로 팀의 준PO 승리를 이끌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차전(149㎞)보다 빠르지 않은 146㎞였지만 투심과 체인지업, 커브를 효과적으로 투구하며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5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양 팀 타선은 단 1점도 올리지 못했다. 큰 경기가 주는 부담감이 컸지만 승부사 해커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5회말 1사 만루 위기가 있었지만 손아섭의 타구를 직접 잡아 홈에서 주자를 잡고, 다음 타자 최준석을 삼진으로 처리하는 담대함을 보여줬다. 왜 김경문 감독이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해커를 4차전에서 아끼고 또 아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활약이었다. 해커의 호투를 발판으로 NC는 9-0 대승을 거뒀다. 해커는 기자단 투표로 총 62표 중 45표로 준PO MVP로 선정돼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사직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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