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경정 스타부부’ 심상철-박설희의 사랑과 꿈

입력 2017-10-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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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설희 선수는 보물 1호로 남편 심상철 선수로부터 받은 ‘쿠리하라 메달’을 꼽았다. 대상 경주 결승전에 진출해야만 받을 수 있는 메달이라 꼭 갖고 싶었다고 한다. 심상철 선수는 가족 빼고 사랑 빼면 장모님이 사주신 목걸이가 보물 1호라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여보야, 그랑프리 동반출전 OK?”…“내친김에 1000승 가자”

■ 친구같은 남편 심상철

“아이 셋 돌보며 다승 8위, 엄지 척!
내 멋진친구이자 사랑스러운 애인”

■ 원더우먼 아내 박설희

“집안일도 척척…다승 1위 내 남편
프로의식 엄청나…선수로서 존경”


미사리 경정장에는 149명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이 중 부부 선수가 8쌍이나 된다. 심상철(7기)-박설희(3기) 부부는 올해 가장 뜨거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스타 커플이다. 심상철 선수는 36승으로 다승 1위이고, 박설희 선수는 18승으로 다승 8위다.(10월19일 현재) 1년여 열애 끝에 2010년 결혼해 올해로 8년차인 경정 부부 선수가 일상은 어떤지, 선수로서 아내·남편으로서 서로 어떻게 바라보는지 직접 들어봤다.


● 그는 그녀를 처음부터 좋아했다.

- 결혼 전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나, 어떤 계기로 친해졌는지.


박설희 선수(이하 박) “남편이 후배로 들어왔는데, 우연찮게 주선(주간경주 편성)이 몇 번 겹쳤다. 인연인 것 같다. 취미로 함께 탁구를 치다가 자연스레 친해졌다. 동갑이라 말도 잘 통했다.”


심상철 선수(이하 심) “경정 후보생 때부터 좋아했다. 계속 쭉 지켜봤다. 당시 아내는 나를 몰랐겠지만, 나는 ‘박설희 선수와 다음에 밥 한번 같이 먹고 싶다, 만나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 공개연애를 했나.

심 “아내가 선후배들과 친했다. 성격도 좋고 인기가 많아서 연애사실을 숨겼다.”

박 “같은 주선이 되면 동일 경주에서 경쟁할 수도 있다.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굉장히 조심스럽게 만났다.”

(박설희 선수는 결혼 전 프러포즈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털털한 성격답게 당시는 그냥 넘어갔다지만, 지금은 조금 아쉬움도 있는 듯 했다. 비록 깜짝 이벤트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결혼 8년차인 요즘도 틈만 있으면 함께 외식이나 가벼운 술자리를 자주 갖는다고 한다.)

심상철-박설희 경정선수 부부.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선수로서, 아내·남편으로서


- 아내 자랑, 남편 자랑을 해달라.

박 “같은 분야여서 대화가 잘 통한다. 동갑이라 티격태격하지만 서로 이해하는 부분이 많은 친구 같은 남편이다. 아빠로서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조금이라도 더 놀아주려는 모습이 참 좋다. 집안일도 도와주고, 꽤 괜찮은 남편이다.”

심 “내 마음을 잘 알아준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위로해 주고, 성적이 좋으면 분위기를 띄워 준다. 멋진 친구이자 애인이다. 삼시세끼 잘 챙겨주고 서포트를 잘 해 주니 큰 힘이 된다. 엄마로서도 아이 세 명(8·6·3세)을 잘 낳고 길러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 경정 선수로서는 어떠한지.

박 “남편은 프로 의식이 엄청 강하다. 항상 모니터링하고 다른 선수들을 분석한다. 모터 정비 등도 열심히 한다. 존경스럽다. ”

심 “아내는 선수로서 아직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리고 셋이나 되다 보니 훈련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박설희 선수 성적이 좋다.

심 “아내가 상반기 성적이 좋았는데 플레잉에 덜미를 잡혔다. 남은 시즌 경주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티는 안내지만 성적이 안나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훈련장에 좀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내가 아이들을 많이 돌봐줘야 할 것 같다.”

(박설희 선수는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매해 성적이 꾸준히 좋은 편은 아니다. 우울증이 와도 내비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극복했다고 한다. 이제는 성적보다 경정선수라는 직업이 자랑스럽고 좋다고 한다. 배 타는 것에 점점 재밌게 느껴져 스트레스가 뻥∼ 뚫린다고.)


● 서로가 서로의 코치이자 감독으로

- 경정선수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박 “우연찮게 모집 공고를 봤다. 레저스포츠학과를 전공했는데 교수님이 ‘좀 힘든 직업이긴 한데 너의 성격에 괜찮을 것 같다’며 추천해 주셨다. 뭣도 모르고 시작한거 같다.”

심 “축구선수였던 1년 선배가 경정선수 해보라고 추천했다.”


- 부부 경정선수로 좋은 점이 있다면.

박 “남편은 톱클래스 선수여서 내가 빼먹을게 많다.(웃음) 나보다 후배지만 기계적인 부분이나 모터정비, 전술 등에서 많은 조언을 얻는다. 자기 성에 안차면 잔소리도 많이 한다.”

심 “경주 동영상도 함께 보며 공부한다. 데뷔 초 무대포 스타일로 탔다. 이긴 적도 많고 사고 친 적도 많았는데, 아내 조언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욕심을 버리고 타게 됐다.”


- 불편한 점도 있는지.

심 “경주 중에 반칙을 했거나 내 실수로 누군가 다치면 아내가 더 주위 눈치를 본다.”


- 올해 박설희 선수는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

박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지난해 셋째를 낳고 복귀했는데 성적이 안 좋았다. 주선보류(6개월 출전 정지)에 걸려 쉬면서 훈련할 때 악이 올랐던 것 같다. 남편이 너무 잘하니까 나도 잘하는 모습을 가족과 시댁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왜 거기서 그렇게 못했냐’고 잔소리하는 남편과의 자존심 싸움도 조금 영향이 있다.”

심상철-박설희 경정선수 부부.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경이적인 승률 50% 유지비결은 아내 덕(?)

-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심 “2012년도 전반기 이사장배 결승에서 1코스를 배정받았다.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놓고 거의 1착으로 달렸다. 이젠 됐다고 생각한 순간 모터 이상으로 시동이 꺼졌다. 그때 많이 울고 힘들었다.”

박 “2004년도 제1회 여왕전 우승해서 처음으로 큰 상금을 받았다. 우승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 심상철 선수는 2012년부터 6년 연속 승률 50% 전후로 경이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심 “신인 때부터 성적이 좀 나긴 했다.(데뷔 해인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은 승률 30%를 오르내렸다.) 결혼생활의 안정감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인내심도 생기고 시야도 더 잘 보인다.”


-전반기 심상철 선수보다 성적이 좋았다. 당시 남편 반응은.

박 “모터 운이 좋았다. 남편은 내가 자만할까봐 실력평가에 인색하다. 부족하다는 건 잘 안다. A등급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심 “아내 실력을 인정 안한 게 아니라 티를 안내려고 한거다. ‘잘한다 잘한다’하면 더 욕심내고 무리할 것 같아 일부러 티를 안낸다.”


● 부부 합산 1000승을 향해

- 올시즌 몇 승까지 기대하나.


심 “부부합산 60승 정도 할 것 같다.”

박 “시즌 전 목표는 개인 10승이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우승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20승을 채운다면 더 이상 바랄 건 없다.”


- 심상철 선수가 지난해 41승으로 다승왕을 했다. 2년 연속 다승왕 자신 있는지.

박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다.”

심 “욕심으론 하고 싶은데 솔직히 지켜봐야 한다. 플라잉을 범하면 거의 2년 동안은 집행유예기간과 마찬가지다. 주선보류와 같은 사고만 안치면 자신 있다.” (경정은 출발시각 0∼1.0초 사이에 출발선을 통과해야 한다. 만일 출발시각 이전에 출발선을 통과하면 사전출발(Flying), 1.0초를 초과해 통과하면 출발지체(Late)에 걸려 해당선수는 출주에서 제외된다.)


- 그랑프리에 부부동반 출전이 가능하리라 보는데.

심 “그랑프리는 평생에 한번 출전할까말까 하는 큰 경주다. 둘이 함께 올라간다면 집안의 영광이다.”

박 “출전한다면 선수생활 처음이다. 더 죽기살기로 하겠다. 그랑프리 결승에도 한번 올라가고 싶다.”


- 경정선수로 부부 통산 몇 승까지 도전하고 싶나.

심 “1000승 해야 되지 않을까? 내가 800승까지 담당하겠다.”

박 “1000승은 하고 싶다.”

(올시즌 다승 선두를 달리는 심상철 선수는 1착이 있으면 2착도 있고 꼴등도 있다고 말한다. 항상 1착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될 때가 많아 팬들에게 죄송스럽다고.)


● 심상철(7기)

▲1982년 생
▲출신지 경기
▲2008년 데뷔
▲올시즌 36승, 통산 256승(2017년 10월19일 기준)
▲선수등급 A1
▲입상경력-2017 국민
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우승 등 다수
▲포상경력-2016년 최우수선수상 등


● 박설희(3기)

▲1982년 생
▲출신지 인천
▲2004년 데뷔
▲올시즌 18승, 통산 63승(2017년 10월19일 기준)
▲선수등급 A1
▲입상경력-2004년 제1회 여왕전 우승 등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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