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폴 인 베이스볼=KS1] 니퍼트와 헥터 커브 활용에서 운명 갈렸다

입력 2017-10-25 2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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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두산 니퍼트가 역투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국시리즈(KS)는 1차전 승부가 전체의 흐름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KS로 직행한 KIA나, 플레이오프(PO)를 거친 두산이나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인지 1차전이 열린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 전 훈련 때부터 양팀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평소와는 달리 말수를 줄였다. 1차전은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역투와 김재환-오재일의 홈런포를 앞세운 두산이 승리로 장식했다.


Q=니퍼트가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호투했다. NC를 상대한 PO 1차전(5.1이닝 6실점 5자책점)에 비해 구위가 좋았는가.

A=NC전에선 템포가 빨랐다. 좀 급한 느낌이 있었다. 그때보다는 게임 운영을 잘했다. 3회 빠른 주자 이명기가 1루주자로 나갔을 때 견제구도 던지면서 타자에게 변화구도 구사했다. 나름대로 준비를 잘한 것 같다. 구위는 사실 PO 때와 큰 차이는 없다. 그때도 시속 150㎞를 던졌다. 스피드보다는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Q=초반에 KIA 타자들이 대처를 잘하지 못했다.

A=KIA 타자들은 빠른 볼에 대한 적응이 1~2타석까지는 미흡했다. 3주간 쉬면서 연습경기를 해도 아무래도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보는 볼과 실전의 빠른 볼은 차이가 있다. 빠른 볼에 대한 적응도 문제지만, 바깥쪽 흘러나가는 볼에도 대처가 안 됐다. 김주찬, 최형우, 나지완, 이범호 등 중심선수들의 스윙이 시즌 중 좋았을 때와 비교해 짧고 날카로운 맛이 떨어졌다. 다소 큰 느낌이다.


Q=니퍼트는 4회까지 호투하다 5회 1·2루 위기서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았다.

A=버나디나는 두 번째 타석까지 바깥쪽 체인지업에 대응하지 못했다. 공을 쫓아다녔다. 5회에도 홈런을 치기 전 초구는 바깥쪽 체인지업이었는데, 몸이 움찔했다. 니퍼트가 그 공을 더 활용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2구째 가운데 체인지업이 그만 버나디나의 스윙 궤적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호랑이 입속에 먹이를 넣어준 격이었다.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IA 헥터가 4회초 2사 만루 두산 오재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Q=헥터는 어땠나. 초반에는 구위가 좋았지만 중반부터 흔들렸다.

A=3회까지 투구수가 37개였는데, 4회에만 34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가 많아진 게 아쉽다. 위기에서 최소실점으로 막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면서 그 후유증이 5회 4실점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3회까지의 볼끝과는 달랐다. 코스도 희미했다. 오재일은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파울이 되고 있었는데, 직구로 가면서 타이밍이 잡히고 말았다. 오재일은 KS에 와서도 베스트 컨디션이다. 각도 큰 변화구를 활용하면서 직구를 빠르게 느끼도록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Q=완급조절이 아쉬웠다는 뜻인데.

A=니퍼트가 초구 커브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카운트를 잡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헥터는 초반부터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로 던졌다. 분석표에는 슬라이더가 15개, 체인지업이 12개인데 시속 140㎞대 슬라이더는 커터(컷패스트볼)라고 봐야 한다. 완급조절이 아쉽다. 이날 총 투구수가 105개였는데, 직구만 63개(약 59%)였다. 헥터도 분명 각도 큰 슬로커브를 가지고 있다. 두산 타자들이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타격 포인트를 좁혀 놓은 상태인데, KIA 포수 김민식이 커브나 몸쪽 높은 직구를 유도해 타자를 흔들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헥터는 5회까지 커브를 4개만 던졌다. 6회에는 오히려 3개의 커브를 섞으면서 9구만에 쉽게 삼자범퇴시켰다.


Q=0-0으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4회초 1사 1·2루서 KIA는 2루수 안치홍의 실수가 뼈아팠다. 여기서 만루가 되면서 선취점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A=타자가 발이 느린 양의지라 더블플레이에 너무 욕심을 냈다. 타구는 스핀을 먹었지만, 마음이 급해서 미리 몸이 움직이는 바람에 실수가 나왔다. 포구 후 넥스트 플레이가 이뤄져야 하는데, 빗맞은 타구의 스핀 계산을 잘못했다.

광주 | 조범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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