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왜 FA 총액만 발표할까?

지난 1월 입단식 당시 이대호. 스포츠동아DB

롯데는 왜 프리에이전트(FA) 총액만 발표할까? 롯데는 8일 FA 내야수 문규현(34)의 잔류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기간 ‘2+1년’에 총액 10억원이었다. 그러나 계약금과 연봉 내역에 관해선 함구했다. 어떻게 해야 플러스 1년 옵션이 충족되는지도 알 수 없다. 선수도, 구단도 그렇게 약속을 했다.

롯데에서 이런 형식의 발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롯데와 이대호(35)의 4년 150억원 계약 때도 이랬다. 선수 연봉은 KBO를 통해 공시된다. 결국 시간문제일 뿐 알려진다는 얘기다. 실제 이대호의 계약금(50억)과 연봉(25억)은 이제 다 안다.

그럼에도 롯데는 계약 발표 시점에 총액만 알리는 정책을 고수한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계약 이슈를 굳이 키우고 싶지 않은 정서다. FA 계약은 속성상, 엄청난 계약금이 포함된다. 연봉 규모도 크다. 그룹에 돈을 타서 쓰는 구단 입장에서 굳이 자랑할 일은 아니라고 보는 편이다. 언젠가 알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상황이 다소 냉각된 뒤에 발표하면 주목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나머지 FA들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이 역시 선수들 사이에선 알려면 알려지는 일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여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분위기가 다르다. 롯데는 현재 손아섭, 강민호, 최준석, 이우민 등 내부 FA와의 협상을 앞두고 있다. 문규현 계약이 향후 협상 분위기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기를 원한다. FA는 많아도, 협상은 개별적이라는 롯데 나름의 기준이다. 이에 미뤄볼 때, 롯데는 FA 계약 총액만 발표하는 현 방식을 앞으로도 유지할 개연성이 높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