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대표팀이 남긴 가치, 자발성이 최강의 무기다

입력 2017-11-19 1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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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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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선수들은 17일 대만전 승리(1-0) 직후 도쿄돔 필드에서 즉석 단체사진을 찍었다. 확인해보니 미리 계획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김하성(넥센)과 나경민(롯데)은 “KBO에서 찍으라고 해서 찍었다. 누군가가 스마트폰을 줘서 안익훈(LG)이 가운데에서 찍었다”고 일치된 증언을 했다.

KBO 관계자는 18일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차원에서 ‘승리한 팀은 곧바로 단체 컷을 찍으라’는 지시를 하더라. 막상 해보니 보기 좋아서 이번에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핵심은 사진을 찍게 된 배경이 아니다. 그런 돌발 상황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구현된 선수들 모습이었다. APBC대표팀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백 마디 글보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압축한다.

APBC 대표팀 마무리 장필준(삼성)은 ‘이 팀에는 리더가 없는 것 같다’는 말에 잠깐 생각하더니 “그런 것 같다”고 수긍했다. ‘리더가 없으니 모두가 리더여야 한다’는 자발성에 기초하는 책임감이 선수단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박민우(NC), 김대현(LG) 등 선수들은 하나 같이 “눈치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현은 18일 “아직 한 번도 던지지 못했다. 결승전에는 던지게 해달라고 감독님께 부탁을 드려야겠다”고 웃었다. 선동열 감독부터 변했다. 코칭스태프들은 ‘신인류 선수들’의 개성을 수용해주고 있었다.

김하성과 이정후(이상 넥센), 장필준 등은 일본-대만전이 열리기 직전부터 일본이 결승에 올라오기를 바랐다. 객관적 우승 가능성을 놓고 보면, 대만이 올라오는 편이 나을 듯 보였지만 선수들 생각은 달랐다. ‘(아깝게 졌으니) 일본을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한다’는 기세가 강했다.

한국야구는 1991년 한일 슈퍼게임 때 도쿄돔을 처음 밟았다. 당시만 해도 일본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2017년 한국야구 미래들의 생각은 다르다.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은 한국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젊은 대표팀은 ‘그깟 일본, 이기면 그만’이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도쿄돔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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