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O
KBO 관계자는 18일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차원에서 ‘승리한 팀은 곧바로 단체 컷을 찍으라’는 지시를 하더라. 막상 해보니 보기 좋아서 이번에도 시도해봤다”고 말했다.
핵심은 사진을 찍게 된 배경이 아니다. 그런 돌발 상황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해맑은 표정으로 구현된 선수들 모습이었다. APBC대표팀의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백 마디 글보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압축한다.
APBC 대표팀 마무리 장필준(삼성)은 ‘이 팀에는 리더가 없는 것 같다’는 말에 잠깐 생각하더니 “그런 것 같다”고 수긍했다. ‘리더가 없으니 모두가 리더여야 한다’는 자발성에 기초하는 책임감이 선수단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박민우(NC), 김대현(LG) 등 선수들은 하나 같이 “눈치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현은 18일 “아직 한 번도 던지지 못했다. 결승전에는 던지게 해달라고 감독님께 부탁을 드려야겠다”고 웃었다. 선동열 감독부터 변했다. 코칭스태프들은 ‘신인류 선수들’의 개성을 수용해주고 있었다.
김하성과 이정후(이상 넥센), 장필준 등은 일본-대만전이 열리기 직전부터 일본이 결승에 올라오기를 바랐다. 객관적 우승 가능성을 놓고 보면, 대만이 올라오는 편이 나을 듯 보였지만 선수들 생각은 달랐다. ‘(아깝게 졌으니) 일본을 이길 수 있고, 이겨야 한다’는 기세가 강했다.
한국야구는 1991년 한일 슈퍼게임 때 도쿄돔을 처음 밟았다. 당시만 해도 일본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2017년 한국야구 미래들의 생각은 다르다.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은 한국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의 젊은 대표팀은 ‘그깟 일본, 이기면 그만’이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도쿄돔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