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무안타 속앓이’ 구자욱의 뒤늦은 고백, “핑계 댈 수 없다”

입력 2017-12-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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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은 정규시즌과 대표팀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도 쉼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펼쳐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에서 무안타에 그친 아쉬움을 씻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구자욱(24)은 프로 데뷔 이후 올 시즌까지 매년 눈부신 활약을 펼쳐왔다. 풀타임 첫 해인 2015년에는 타율 0.349에 11홈런 57타점을 올리며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고, 2016년에는 타율 0.343에 14홈런 77타점으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데뷔 첫 20홈런 고지까지 밟아 중심타자로서 장타력까지 과시했다.

거칠 것 없는 탄탄대로, 프로 3년차의 젊은 선수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군 문제까지 일찌감치 해결한 그에게 프로생활은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의 연속이었다. 팀 성적의 아쉬움이 뒤따랐지만, 적어도 개인성적에선 ‘시련’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에게 돌연 첫 시련이 찾아왔다. 생애 첫 성인대표팀에서 너무도 불만족스러운 성적에 그친 것이다. 주장의 소임까지 맡아 야심 차게 출전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에서 무안타로 자존심을 구겼다.

사실 구자욱은 시즌을 마쳤을 때 이미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올 시즌 144경기에 나섰는데, 이는 삼성의 시즌 전 경기를 빠짐없이 소화한 수치다. 더군다나 모든 경기에 선발출전했다.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자욱. 스포츠동아DB


시즌 종료 후 대표팀 일정을 위해 회복에 온 힘을 쏟았으나, 컨디션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결과는 아쉬웠고, 무수히 많은 비난이 뒤따랐다. 그러나 구자욱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프로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냉정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어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내가 못한 것이니 그에 따른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셨는데, 그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아직도 내가 부족한 타자란 걸 절실히 느꼈다. 올해 장타에 욕심을 내면서 스윙을 크게 한 것이 결국 독이 됐다.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자양분으로 삼아 다음에는 반드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정규시즌과 대표팀 일정까지 모두 마쳤지만, 그에게 ‘나태함’이란 없다. 과거의 아쉬움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최근에는 필라테스로 스트레칭을 하며 몸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체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곧바로 개인훈련에 매진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체중과의 싸움은 올해도 계속된다. 구자욱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매년 체중과의 전쟁이었다. 지난해에도 캠프 때 8㎏을 증량했는데, 정규시즌에 들어가니 금방 빠지더라. 헛수고란 생각은 안 한다. 올해도 최선을 다해 힘과 근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중심타선에서 새롭게 호흡을 맞추게 될 강민호에 대해선 “타팀이었지만 워낙 좋아하는 형이었다. 팀에 합류한다 했을 때 너무 기뻐 문자를 드렸다. 뒤에 (강)민호 형이 있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든든하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대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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