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의 ‘기억의 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디테일’

입력 2017-12-13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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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의 ‘기억의 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디테일’

폭발적인 입소문 열풍으로 115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인 ‘기억의 밤’이 ‘이스터에그’(작품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공개했다.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김무열 분)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강하늘 분)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기억의 밤’이 영화의 치밀함을 더하는 ‘이스터에그’를 공개해 화제다.

‘기억의 밤’의 첫 번째 이스터 에그는 납치 당하기 전 다정하고 지적이었던 형 ‘유석’(김무열 분)이 세미나 발표를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다. 칠판에 그려져 있는 상자 안에 있는 고양이 그림은 오스트리아 이론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한 사고 실험을 설명한다. 이 장면은 ‘유석’이 얼마나 엘리트적인 인물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과 동시에, 인간의 불완전함과 세상의 모순을 지적하며 ‘진석’과 ‘유석’ 두 인물 설정에 대한 디테일을 더한다. 장항준 감독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말하는 양자역학에 대한 인간의 불완전함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지닌 모순이 ‘기억의 밤’과 닮아있는 것 같았다”며 이 이론을 영화 속에 등장시킨 이유를 밝혔다.

두 번째 이스트 에그는 이삿짐을 정리하는 ‘진석’(강하늘 분)이 책장을 정리하는 장면에 숨겨져 있다. 책장에 책을 꽂는 장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소설책은 [장미의 이름]이다. 20세기 최고의 지적 추리 소설이라고 불린 이 책은 14세기 유럽의 암울한 시대에 수도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추론해 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장항준 감독이 “중세의 우울한 배경과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기억의 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듯이 ‘기억의 밤’은 세세한 소품 하나까지 신경 쓰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마지막 영화 속의 이스터에그는 바로 푸른 수염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의 잔혹 동화인 [푸른 수염]에서 차용한 것으로, ‘진석’이 2층 방에 대한 공포심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푸른 수염]은 금기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인간의 욕망,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 그것을 열어 보았을 때 인간이 감수해야 하는 참혹한 대가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 속 열어서는 안 되는 2층 방에 대한 호기심을 가중시키며 극에 대한 몰입감을 더한다.

이처럼 영화 속 디테일한 단서들로 완성도를 높이며 이스터에그를 찾는 재미로 N차 관람 열풍을 모으고 있는 ‘기억의 밤’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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