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양우석 감독 “정우성, ‘빠담빠담’보고 캐스팅 결심”

입력 2017-12-21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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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양우석 감독 “정우성, ‘빠담빠담’보고 캐스팅 결심”

영화 ‘변호인’으로 역대 한국영화 11위(12월18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양우석 감독이 영화 ‘강철비’로 돌아왔다. 그가 다시 영화로 돌아오기엔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했다. 양우석 감독이 ‘변호인’ 이후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그와 함께 돌아온 영화가 ‘강철비’였던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 후) 한국에서 영화를 두 번 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어 다른 나라에 가서 있어보기도 했어요. 근데 사실 이맘때가 대선이 있어야하는 시기라서, 이때는 개봉할 타이밍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했는데, 새 대통령이 생기고 나서 영화가 개봉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대선 열기가 있을 때 영화가 개봉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현실이 영화적 상상력을 앞설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강철비’에 대해 좋은 평들이 이어지고 있다. ‘변호인’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충분할 정도로 양우석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연출력을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는 ‘강철비’를 향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

“다행이죠. 우려했던 것보다는 공감을 해주신다는 얘기도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리뷰에 대해선) 아직 여러 일들이 있어서 찾아보진 못했어요.”

‘변호인’을 통해서는 과거의 이야기를 했던 양우석 감독이 이번엔 미래를 선택했다. 가까운 미래 혹은 현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철비’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혹은 직면할지도 모르는 문제와 상당히 닮아있었다. 이번 영화의 시작점은 어떤 생각에서부터 비롯됐을까.



“북한이 일단 1차 핵실험을 했잖아요. 그 실험을 한 것도 안 한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요. 또 북한은 그 핵이 미국을 겨냥했다고 말 했고요. 그때 이후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분위기가 고조될 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지금 이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죠. 사실 우리는 북핵문제를 정면으로 인지하지 못해요. 두 개의 시선이 있는데 하나는 적이고, 또 하나는 민족이죠. 양립할 수 없는 시각으로 북을 바라보는 거예요. 북핵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인지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강철비’는 이 화두를 정면으로 응시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죠.”

그런 화두로 시작한 ‘강철비’는 곽도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면서 정우성을 캐스팅했다. 두 배우는 영화 ‘아수라’를 통해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이번 영화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높이게 만들었다. 양우석 감독이 정우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엄철우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고 슬퍼요. 그런 슬프고 외로운 눈을 가진 배우가 누구일까 생각했죠. 전에 ‘빠담빠담’이라는 드라마에서 정우성 씨가 시한부로 나오는 걸 봤어요. 그 모습을 보고 엄철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하게 됐어요.”

‘변호인’에 이어 ‘강철비’로 다시 만나게 된 곽도원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을 터. 특히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양우석 감독은 곽도원을 염두에 뒀기에 더욱 이번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곽도원으로부터 이번 영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곽도원 씨에게 부탁했던 건 외교안보 전문가라는 엘리트적인 모습도 있지만, 가장 큰 건 소년 같은 모습이었어요. 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가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아서였는데, 소년의 모습으로 보면 어떨까 했죠. 우리나라에서 엘리트라고 하면 일에 찌든 아저씨의 모습만 보이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곽도원에게) 제안을 했고요.”

이번 영화가 공개되고 양우석 감독은 ‘변호인’ 때와 다르지 않은 반응들도 맛봐야 했다. 영화가 모든 대중들의 입맛을 맞추긴 힘들지만, 전작의 영향 때문인지 이번 작품에도 그의 정치적 색깔이 짙게 깔려있다 비판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원래 받던 비난이니까, 이젠 익숙해요. 근데 이 이야기는 정치논리에 입각해서 쓴 게 아니거든요. 두 명의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도 우리가 받아온 두 교육의 모습을 그렸던 거고요. 또 곽철우라는 인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엔딩을 생각하며 마무리 지은 건데 그게 불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변호인’으로 양우석 감독은 앞서 언급했던 일명 블랙리스트에도 오르기까지 했다. 당시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지난 몇 년간 슬펐었어요. 제 나이 또래는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것만 봤을 거예요.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요. 대한민국이 좋아지는 것만 바라봤던 제 세대가 처음으로 퇴행하는 걸 보게 된 거예요. 블랙리스트가 슬펐던 건 퇴행하는 걸 처음으로 봤기 때문이죠. 계속 그러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감도 있었어요. 나라가 망해간다는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다행히도 사건을 통해서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지만요. 그런 후퇴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던 게 제일 슬펐던 것 같아요.”



‘변호인’에 이어 ‘강철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봉 6일째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청신호를 켠 것. 그렇게 또 다시 한 번, 우리는 양우석 감독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다음 작품까지 만이라도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뭐가 필요한 지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고요. 현재 부(富)의 재분배에 문제가 있는데, 우리에게 가난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런 가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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