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 결산③] “무대는 나의 사랑”…전수경·윤석화·남경주 外

입력 2017-12-27 10: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베테랑 토크’에서는 브라운관과 스크린 뿐 아니라 무대에서도 맹활약하시는 배우들을 만났었는데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무대를 향한 배우들의 모습이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관객들과 호흡하는 무대는 어쩌면 마약 같은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지도 몰라요.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무대에 오를 때가 있어요. 몸살이 나거나 장염에 걸리면 정말 죽고 싶죠. 그런데도 조명이 있는 무대에 서면 다 잊게 돼요. 가장 강력한 진통제예요. 아파 죽을 것 같다가도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전수경


“연극은 제가 선택한 길이니 계속 가야죠. 다만 늘 고속도로처럼 달릴 수도 없는 것이고 골목길로만 다닐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일들이 앞으로 많겠지만 거기에 순응하며 부단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할 거예요. 이젠 조금은 천천히 갈 거라 생각해요.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요. 천천히 가는 만큼 주변을 돌아보고 필요한 곳에 꽃씨를 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것이 생명을 위한 일이든 연극을 위한 일이든 상관없이요.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윤석화


“힘든 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경제적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그 ‘힘듦’이 내 목표를 넘지는 못했어요. 하루 15시간을 연습실에 있었어요. 새벽 5시 30분이면 연습실로 나가곤 했죠.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즐거움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목표의식이 생겼어요. 한 때는 1인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좋은 작품을 많이 보면서 ‘좋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가 됐죠.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남경읍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일이 많았을 때는 일만 할 줄 알았지. 기량을 닦을 노력을 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뭔가를 더 안다는 것이 대본을 분석할 때도 도움이 되고요. 그게 맡은 배역을 표현함에 있어서 든든함으로 작용이 돼요. 지금도 분명 위기가 있고 슬럼프가 있지만 인간은 늘 투쟁하며 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세상을 살며 내가 원하는 것을 획득하려고 투쟁하는 게 당연한 거고 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다면 넘어가든 치우고가든 해야 하잖아요. 그런 걸 조금씩 깨달으면서 저도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 남경주


“어떤 분이 ‘배우는 잊혀지는 게 제일 두려운 거야’라고 하시는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젊었을 때는 연기를 할 기회도 많고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도 있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그런 기회와 도전이 사라지는 기분이랄까요. 저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그런 두려움이 있는데 그래서 안 잊혀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 제가 뭔가를 해야겠죠? 더 열심히 움직이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고수희


“기초를 다지고 죽을 만큼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반드시 와요. 사람들은 죽을 만큼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죠. 저는 경험해봤어요. 공연 연습하다 혀가 말리고 온몸이 뒤틀어지더라고요. 응급실로 바로 실려 갔죠. 제가 체험한 것을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하려고 해요. ‘죽을 만큼 해보셨나요. 시늉이라도 해보십시오. 그럼 그 분야의 신이 당신을 도와줄 겁니다’ 라고요. 1%의 영감도 없던 놈인데 그런 놈도 죽을 만큼 하니까 이렇게 됩니다. 죽을 만큼 하되 재밌게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연극하면서 즐겁지 않고 힘들었어요. 지금도 연극과 싸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 같은 사람은 안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죠. 죽을 만큼 힘을 다해 재밌게 하는 것.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최일화

동아닷컴 조유경·곽현수·정희연 기자
사진|국경원·방지영 기자·제공 나인스토리
편집·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