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부러운 독일…K리그 관중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8-01-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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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를 향한 관심이 점차 시들고 있다. 팬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무의미한 법. 관중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요즘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중 없는 프로스포츠가 의미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프로스포츠다. 감동의 크기만큼 종목의 브랜드 가치도 커진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경기만 있고 관중이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프로축구 K리그를 보자. 여기도 늘 관중이 고민이다. 시즌 개막 전에는 팬 서비스를 약속하고, 경기장을 찾아달라고 손을 내민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그 약속은 희미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분위기는 시들해지고, 썰렁한 관중석은 매년 되풀이된다.

실무자의 하소연처럼 관중을 끌어들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프로축구연맹은 이번에도 팬을 위한 리그를 약속했다. 권오갑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팬들을 위한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K리그를 만들겠다고 했다.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연맹과 구단,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거창해보여도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매년 봐왔던 인사치레다. 중요한 건 결실을 맺는 것이다.

K리그 관중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수치상으로 보면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시즌 클래식(1부)의 총 관중 수는 148만5197명이다. 경기당 평균 6486명으로, 지난해 관중 179만4855명(경기당 평균 7872명)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챌린지(2부)까지 합쳐도 총 관중은 190만 명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축구 관중이 연간 200만 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관중수가 줄어든 건 2012년부터 도입된 실제 관중 수 측정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허수를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프로축구연맹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관중 부풀리기는 K리그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다.

스포츠동아DB


투명성을 강화하는 건 좋은데, 한 가지 빠진 건 어떻게 하면 관중수를 늘릴 것인가이다. 이제는 거품을 걷어내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한다는 얘기다. 수준 높은 경기력, 거기서 오는 감동으로 팬들을 다시 경기장에 오게 하는 선순환 구조, 그게 필요하다. 쉽진 않겠지만 그 디테일을 찾아내야하는 게 선수와 구단, 연맹의 책임이다.

최근 리딩 클럽들의 인색한 투자로 K리그의 규모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도 팬들의 관심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축구인들은 K리그와 축구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며 푸념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K리그의 빈약함이 잘 드러난다. 이웃나라 일본 J리그는 최근 3년간 경기당 평균관중이 1만7000명을 넘는다. 2015년 1만7803명, 2016년 1만7968명, 2017년 1만8764명이다. 관중수가 안정적이면서도 조금씩이라도 증가세다. 평균관중 3만 명을 훌쩍 넘는 인기구단 우라와 레드다이아몬즈 뿐 아니라 가장 적은 구단의 평균 관중도 최소 1만 명 이상이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중국 슈퍼리그의 평균관중도 2만 명을 넘는다. 6000명을 갓 넘긴 K리그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 관중.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발표된 유럽의 수치는 부러울 따름이다. 유럽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리그별 관중 수는 독일 분데스리가가 2010~2011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경기당 4만2388명으로 전체 1위다. 2016~2017시즌으로 한정해도 분데스리가는 4만693명으로 가장 많다. 인구 대비 관중 비율에서는 스코틀랜드리그가 0.21%(인구 537만3000명, 평균관중 1만1436명)로 최다다.

2부리그에서는 잉글랜드 챔피언십이 1만7856명으로 가장 많고, 독일이 1만7815명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평균관중이 4만 명을 넘고, 2부조차 1만 명을 한참 웃도는 유럽리그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건 욕심이다. 축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오랜 기간 피나는 노력을 해온 그들의 성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일은 그들이 해왔던 다양한 시도를 배우고, 그 성과를 귀감으로 삼아 우리의 상황에 맞게 축구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2018시즌의 프로축구 일정이 확정됐다. 또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이다. 흥미로운 매치업을 많이 끼워 넣어 풍성해 보인다. 한 가지 제안한다면, 젊은 관중의 발걸음을 잡아끌 참신한 연중 캠페인을 벌여보면 어떨까.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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