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배틀신화’에서 ‘뮤지컬배우’로…진태화 “팬들의 여전한 사랑 고맙죠”

입력 2018-02-0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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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첫 주연이라 걱정을 많이 했어요. 소화해야 할 넘버도 많을 테고 확실히 책임의 무게가 남다르더라고요. 하지만 배우로서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제가 첫 주인공을 맡게 돼서 정말 좋아요.”

2016년 1월 뮤지컬 ‘드라큘라’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하 ‘나나흰’)’의 주연 배우로 낙점된 진태화는 한층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초연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그는 휴가를 나오면 동료 배우들에게 ‘나나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제대를 하고 나서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나나흰’ 배우를 뽑는 걸 봤어요. 오디션 연습을 하면서 점점 제가 작품에 빠져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다 운이 좋게도 제가 주인공으로 발탁이 됐죠. 좋아하는 작품에 주인공까지 맡게 되다니 정말 행복했어요.”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 역을 맡고 진태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길상사를 다녀온 것이라고 말했다. 길상사는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주인공인 기생 ‘자야’(본명 김영한)가 “1000억의 재산이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하다”라며 아무 조건 없이 법정스님에게 시주한 한국의 3대 요정인 대원각이었다. 3년 동안 사랑했지만 남북이 분단되며 다시는 백석을 만나지 못했던 자야는 대원각을 세워 재력가가 됐다. 훗날 다시 백석을 만나게 되면 그가 마음 편히 시만 쓰도록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연습 기간 중 길상사를 다녀오며 진태화는 “자야에게 정말 큰 영감을 받았다. 그가 참 강인하고 대단한 여인임을 깨닫게 됐다. 굉장히 큰 곳인데 그 곳을 운영하며 사람들을 관리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라고 말했다.

“‘나나흰’의 주인공은 백석이 아닌 자야였더라고요. 극에서 등장하는 백석 역시 자야가 기억 속에 있는 백석을 끄집어내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가장 신경 썼던 건 자야를 사랑하는 백석의 모습이었어요. ‘백석의 사랑은 자야가 아니었다’라는 등 여러 말들이 있기도 하고요. 대사 속에도 ‘함흥에 사는 란이, 통영에 사는 란이’라고 할 정도로 백석은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은 인물이어서, 작품에서 백석이 자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어요. 순수하게 자야를 사랑하는 백석을 표현해야 했던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진태화는 극 중 ‘자야’역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정인지에 대해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했던 누나여서 도움을 정말 많이 줬다. 연습할 때도 편했고 누나가 완전히 ‘자야’로 연기를 하니 나는 저절로 ‘백석’이 되는 것 같았다. 뮤지컬 ‘나폴레옹’때도 연기를 주고받는 의미를 알기 시작했는데 ‘나나흰’을 하고 나서 그 맛을 알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뮤지컬 배우 3년차가 되는 진태화는 “모든 것이 재미있다”라고 말하며 “걱정은 지금 젓는 노를 계속 젓는 것이 꿈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그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 가수로 무대에 처음 섰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진태화는 2005년 5월부터 6개월간 Mnet에서 방영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Let's CokePLAY 배틀신화’를 통해 그룹 ‘배틀’로 선발돼 2006년 싱글 1집 ‘Crash’로 활동을 했다. 데뷔 이후 싱글 2집 ‘말해!’, 싱글 3집 ‘Step By Step’를 내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솔로앨범 ‘타락천사’를 통해 보컬로서 가능성을 입증 받았다. 또한 일본에서 ‘M.E.N’의 멤버로 싱글 1집 ‘Especially’, 2집 ‘Power’를 인기리에 발매했다.

또한 군 복무 중에도 서울 경찰 홍보단의 뮤지컬&토크 콘서트에 출연하기도 했으며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무빙 조명 스태프로 참여하며 경험을 쌓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1월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조나단’ 역을 맡으며 신인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도리안 그레이’, ‘나폴레옹’ 등에서 굵직한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진태화는 자신이 뮤지컬 배우로서 길이 열린 것은 김준수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준수 형이 ‘너는 가수보다 뮤지컬을 하는 게 적합할 것 같다’라고 조언해줬다. 형이 회사도 소개시켜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룹 활동을 할 때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게 제 탓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보통 잘 된 그룹은 메인 보컬의 목소리가 특색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준수 형이 ‘네 목소리는 가요보다는 뮤지컬이 더 어울릴 거야. 장점이 될 수 있다’라고 격려를 해주셨어요. 그 외에도 도움을 많이 받아서 늘 고맙게 생각하는 형이에요. 책임감도 더 생기고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그는 기존 ‘배틀 신화’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달했다. 진태화는 “10년이 넘었고 가수 활동을 안 한지 오래됐는데 여전히 사랑해주시는 팬들이 있다”라며 “내 공연을 보시고 퇴근길에 만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팬들이 ‘오빠, 오기 하나로 오는 거다’라고 말을 해요. 가수로서는 잘 되지 못했지만 뮤지컬 배우로서 성공시켜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잘 될 때까지 두고 볼거다’라는 마음으로 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감동했어요. 정말 울컥하고 고마웠어요.”

앞으로는 뮤지컬 배우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언젠간 ‘킹키부츠’와 ‘여신님이 보고계셔’, ‘빨래’는 꼭 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가수로서 드라마 OST에도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끊임없이 무대에 서고 싶어요. 진부할 수 있지만 제가 ‘제2의 신화’를 꿈꾸며 이 길을 걸어왔듯이, 누군가는 제 모습을 보고 ‘진태화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는 꿈꾸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잘 해야겠죠? 결국 저만 잘 하면 되는 건가 봐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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