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C2018’ 건축가 유현준 “우리나라 학교, 교도소와 같은 공간 구조”

입력 2018-02-02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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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C2018’ 건축가 유현준 “우리나라 학교, 교도소와 같은 공간 구조”

강연 문화 기획사 마이크임팩트에서 지난 27~28일 양일간 개최한 국내 최대 인문학 축제 ‘그랜드마스터클래스2018 | 존재의 이유’에 약 5천 명의 관객이 참석하여 19명의 연사와 함께 존재의 이유에 대하여 성찰하고 고민을 나누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첫째날인 1월 27일 토요일 첫 무대에는 천재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섬세한 기타 선율로 시작을 알렸고, 정재승 교수의 강연으로 이어졌다. 뇌 과학자 정재승은 “혁명은 어떻게 오는가"에 대한 주제로 강단에 올라 “거대한 세상을 상대로 이상(理想)을 위해 헛되이 싸우는 돈키호테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세상에 혁명을 가져오는 것은 그 이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이런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노력, 능력이 혁명을 이룰 수 있습니다.” 라고 전했다.


오후에 이어지는 강연에는 비평가 진중권 교수가 “요즘 유행하는 욜로 (You live only once)는 현대판 카르페디엠과도 같습니다. ‘난 행복하기 위해 산다.' 이 말이 저는 삶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삶의 중점을 나 자신에게로 옮겨 주체적으로 삶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사는 사람이 되는거죠. 그때 비로소 삶은 채워집니다.” 라며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는 욜로 라이프 현상의 본질에 대해 짚으며 삶을 살아가면서 본인이라는 주체에게 집중할 것을 권했다.

최근 알쓸신잡2에 출연하여 건축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유현준 건축가는 이날 우리나라의 아파트 구조가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옛날 대가족 문화에서 지금의 1인 가구 시대로 넘어오면서 주거 공간들이 굉장히 폐쇄적이고 네모 반듯하게 바뀌었어요. 대가족이 주를 이루던 1970, 80년대에는 마당도 있고, 많은 시간을 동네 골목,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었죠. 지금은 네모 반듯한 아파트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낮과 밤이 언제 바뀌는지, 사계절의 풍경이 어떠한지 모르고 지나쳐요.” 라며 주거환경이 바뀌어야 삶의 질과 만족도 상승에 대한 가능성과 변화를 짚고 넘어갔다.

이어 “우리나라 아이들은 교도소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받고 있어요. 범죄자들이 갇혀 있는 교도소와 우리나라 초등학교 건물 사진을 비교해보면 건축물의 형태가 네모반듯하게 똑같아요. 돌담장으로 쳐진 흙 운동장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고 교실로 들어와서 공부하죠. 주거 환경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학교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쉬는 시간이라도 물리적인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자라야 해요.” 라며 우리나라 아이들이 처해 있는 폐쇄적인 교육 환경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둘째날 첫 강연자로는 100년의 세월을 증명하는 김형석 철학자가 강단에 올라 “저는 누군가가 저에게 ‘일생을 살아오면서 제일 행복하고 보람된 나이가 언제입니까?’라고 물으면 자신 있게 ‘내 나이 70세 즈음 되었을 때가 제일 행복했고 지금까지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며 내가 내 삶을 채워가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합니다.’” 라고 대답한다며 100세를 눈앞에 두고 있는 ‘어른의 삶’의 이유와 존재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어 범죄 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많은 범죄는 열등감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시스템, 사회적 비교 기준에서 일어나는 열등감들이 이런 악성 범죄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열등감들을 외면하기보다는 열등감들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사회적으로 건강한 열등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역대 범죄자들의 사례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무엇이고, 건강한 사회로 나가기 위한 본인의 의견을 밝혔다.

이어 ‘디아스포라의 숙명 : 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강단에 오른 철학자 강신주는 “지금 내 손에, 또는 앞으로 나에게 오게 될 것들에 집착하지 마세요. 지금 사는 내 집도, 직업도, 재산도,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 아니었고, 죽어서도 가지고 갈 수 없어요.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통제하고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유랑하는 것 자체가 ‘존재'입니다”라며 ‘정신적 유랑’의 삶을 사는 것이 우리들의 존재 자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삶이라고 전했다.

이틀 간 진행된 ‘GMC2018 | 존재의 이유’는 이나영 교수, 위근우 평론가, 이다혜 기자의 ‘그랜드 마스터 토크: About 페미니즘 - 미래의 시민은 왜 페미니스트여야 하는가?’로 막을 내렸다.

19명 연사의 강연 이외에도 ‘무엇이 나를 흔들어 깨우는가?’를 주제로 진행된 김탁환, 박준 시인의 낭독회, 김중만 사진작가의강연 X 사진전과 그랜드마스터클래스에서 최초로 시도한 ‘인생의 발견’ 시어도어 젤딘의 화상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연 사이사이에 관객들이 더욱 가까이에서 연사들과 소통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인회 자리도 마련되었다.


제5회를 맞이하는 ‘GMC2018 | 존재의 이유’의 메인 후원사로는 리디북스가 참여하여 관객분들의 도서 문화를 위한 ‘그랜드마스터클래스 연사 도서 무료 나눔’ 이벤트 및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 프로 현장 나눔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이 외에 GMC2018은 관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자리를 마련하고자 델리팜, 동화약품, 동서식품, 롯데 네슬레, 서울시 상수도 사업본부, 폰밥 등 다양한 협찬사들과 함께했다.

마이크임팩트의 ‘그랜드마스터클래스2018 | 존재의 이유’는 ‘인간은 하늘을 날지 못하는가.’, ‘해부학 연구는 실제 해부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가.’ 등의 살면서 언젠가 한 번쯤 해보았을 질문들에서 시작되었고, 이런 질문들을 다양한 분야와 시각에서 접근하는 석학 및 지성인들과의 질문을 통해 삶의 본질과 우리 존재 가치에 대한 이유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랜드마스터클래스는 ‘세상을 바꾸는 질문이 모이는 곳 - 삶의 본질로 다가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질문입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올해 제 5회를 맞이하였으며, 지금까지 알랭 드 보통, 유키 구라모토, 조국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 프로파일러 표창원,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 등 매년 철학, 인문학, 과학, 학계, 정치계에 계시는 다양한 지성인들이 그랜드마스터클래스와 함께했다.

마이크임팩트는 강연을 통해 긍정적인 동기와 감동적인 이야기, 가치 있는 지혜를 전파하는 강연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국내 최초로 강연을 비즈니스화하여, 긍정적인 동기(Motive)와, 감동적인 스토리(Story), 가치 있는 지혜(Wisdom)를 세상에 널리 전파하고 있다. 현재 청춘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청춘 페스티벌, 여성을 위한 원더우먼 페스티벌, 문화예술분야 거장 및 신예와 함께하는 더 메디치, 세계적인 석학 및 지성인과 질문을 던지는 그랜드마스터클래스 등 강연에 기반을 둔 문화 행사를 진행하며 강연의 대중화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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