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이낙연 국무총리 페이스북
#‘너무 추웠다. 시작 전부터 1시간 이상 덜덜 떨며 보안검색을 기다렸다’, ‘쉼터는 따뜻하지 않았고 화장실이 정말 춥다’(개막식 리허설에 참가한 일반 관중들의 체험기)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었지만 경험담은 너무나 다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모의개회식이 열린 3일, 국무총리는 행사 뒤 체감온도 영하 22도의 강추위를 ‘견딜만했다’고 했다. 그러나 4일 각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는 ‘극한의 체험담’이 넘친다.
이 총리는 ‘코리아가 소개되며 한반도기와 남북한 선수단 섞여 입장. 영하 15도. 관중들 환호하시며 박수. IOC기가 입장해 대형태극기 옆에 게양되고 공식 행사, 성화 입장, 다시 공연. 몇 번이나 가슴 뭉클하며 눈물이 났습니다’라고도 했다. 어디에도 강추위를 견디지 못해 행사 중간 돌아간 일반 관중들에 대한 걱정, 칼바람 속에 헌신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은 담겨있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만 여 명의 일반 관중들은 국무총리와 달리 모의개회식에서 1시간 이상 줄을 서 보안검색을 통과해야 했다, 그나마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조직위는 보안검색 단계를 줄이며 서둘러 입장시켰다. 일부에서는 ‘추위 때문인지 보안 검색 장비가 작동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개막식에는 선수, 운영 인력, 관중 등을 포함해 약 4만3000명이 참가한다. 개막식 때는 리허설과 달리 방한용품세트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입장에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는 “실제 개막식 때는 오후 4시부터 사전 공연을 열어 입장 시간을 분산시킬 계획이다”고 대책을 밝혔다. 그러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개막식은 오후 8시 시작해 10시에 끝난다. 오후 4시에 입장한 관중들은 최대 4시간을 더 떨어야 한다. 추위의 영향으로 오후 6시 이후 입장이 집중 될 수밖에 없다.
만약 국무총리가 일반 관중들과 똑 같이 1시간 이상 떨며 보안검색을 기다렸고 입장 후 따뜻한 음료 한잔을 위해 또 길게 줄을 섰다면, 일반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방풍막을 벗어나 칼바람을 맞고 이동해야 했다면 ‘견딜 만했다’는 말이 나왔을까. 오히려 시간이 별로 없지만 평창올림픽의 진짜 주인공인 일반 관중들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 마련에 더 고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