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행’ 오승환 계약 뒷얘기, ‘마무리 보직’ 보장 받았다

입력 2018-02-07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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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오승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7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돌부처’ 오승환(36)의 최종 행선지는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애리조나 피닉스에 머물며 LG 선수단과 함께 훈련하던 오승환과 그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는 7일(한국시간) 텍사스 댈러스로 이동했다. 텍사스와의 계약 조건은 ‘1+1년’에 첫해 연봉 275만 달러(약 30억원) 등 최대 925만 달러(약 100억6000만원)다. 구단과 계약 조건에 합의한 오승환은 8일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면 텍사스 입단이 확정되고 동갑내기 친구인 추신수(36)와 한솥밥을 먹는다.

텍사스는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구단이다. 박찬호가 2002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체결한 뒤 2005시즌 중반까지 활약했고, 2014시즌을 앞두고 추신수도 FA를 통해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승환도 2년간(2016~2017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한 뒤 텍사스와 FA 계약을 한 것이다.

김 대표는 텍사스 이동에 앞서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텍사스 구단은 오승환 선수의 보직을 마무리 투수로 보장했다. 오승환 선수는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소방수로 뛰길 원했고, 텍사스도 오승환 선수를 마무리 투수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당초 텍사스와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워싱턴 등 4개 구단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2개월 가까이 꾸준히 관심을 보였던 텍사스는 타 구단과 견줘 계약 조건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마무리 보직 보장’이 오승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와 토론토, 워싱턴은 오승환을 셋업맨으로 활용할 생각으로 영입 제안을 했지만 텍사스는 달랐다. 한마디로 오승환은 돈보다 마무리 보직에 매력을 느낀 셈이다.

텍사스는 2017시즌에도 확실한 마무리투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70경기에서 11세이브를 따낸 알렉스 클라우디오가 팀 내 구원 1위였을 정도다. 57경기에서 10세이브를 기록한 맷 부시가 그 뒤를 따랐다. 6명이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아메리칸리그(AL)에서 마무리투수 부재는 텍사스가 서부지구 4위(78승 84패)에 그친 결정적 요인이었다.

오승환은 빅리그 데뷔 첫해인 2016시즌 76경기에 등판해 6승3패19세이브, 방어율 1.92(79.2이닝 17자책점)를 기록하며 팀 불펜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그해 7월부터는 기존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의 부진에 따라 뒷문을 책임졌다. 2017시즌에는 62경기에서 방어율이 4.10(59.1이닝 27자책)으로 상승했지만, 20세이브(1승 6패)를 따내며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마무리로서 검증된 능력을 갖춘 오승환은 최고구속 150㎞대의 빠른 공을 갖고 있다.

텍사스가 오승환을 선택한 데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FA 계약을 체결한 코리안 빅리거 두 명(박찬호·추신수) 모두 “역대 최악의 계약 중 하나”라는 현지 언론의 혹평을 받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승환과 계약한 것은 팀의 약점을 메울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해서다. 오승환 입장에선 코리안 빅리거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를 뒤집을 만한 안정감을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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