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인 기자회견] ‘공동정범’ 감독들 “블랙리스트 커넥션, 철저히 진상규명해야”

입력 2018-02-07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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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인 기자회견] ‘공동정범’ 감독들 “블랙리스트 커넥션, 철저히 진상규명해야”

영화 ‘공동정범’ 김일란 감독과 이혁상 감독이 입장을 밝혔다.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KT광화문빌딩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회의실에서는 독립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공동점범’의 공동 연출자 중 한 명인 김일란 감독은 “혹시나 했던 의혹이 역시나 하는 사실로 드러난 점을 목격하면서 참담했다. 이전에도 사회 이타적인 영화를 지원했을 때 지원 사업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독립영화들은 다 배제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규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용산 참사나 세월호 사건 등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이 키워드가 들어간 작품을 배제해왔다. 지원해야 할 창작자들을 범죄자로 취급하고 그들의 작품을 문제 영화로 낙인찍고 제작과 개봉을 오히려 방해하는 도구로 일삼았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는 명백한 차별이다. 이 차별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박탈할 뿐 아니라 인권 침해고 국가 폭력의 형태다. 국민 개개인의 의식을 통제하고 개조하는 ‘국가폭력’”이라면서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고 명확하게 진상을 규명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공동정범’을 공동 연출한 이혁상 감독은 “우리 영화가 영진위 제작 지원 서류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의 능력이 부족했나,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 고민했다. 전작 ‘두개의 문’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얻었기 때문에 서류에서 탈락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용산 참사를 다뤄서인가’라고 의심했는데 이렇게 밝혀졌다. 지금이라고 밝혀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블랙리스트를 통한 영화인의 배제와 탄압은 영화인들의 정신적인 세계의 참사라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진상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서 모든 커넥션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립영화인과 한국독립영화협회 주최로 진행된 이번 긴급 기자회견은 박근혜 정부와 당시 국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직적으로 자행된 독립영화 지원배제를 규탄하기 위해 열렸다. 전날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 시기 사회참여적 독립다큐영화들이 ‘문제영화’로 분류돼 영진위 지원사업에서 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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