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평창리포트] 서이라의 긍정 에너지, 男쇼트트랙의 숨은 무기

입력 2018-0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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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쇼트트랙 서이라가 7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입촌식에서 수호랑 인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긍정에너지를 지닌 그는 “이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며 긴장한 기색 없이 씩씩하게 포부를 밝혔다. 강릉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선 멘탈(정신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쇼트트랙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쳤을 때도 당시 3관왕을 차지했던 빅토르 안(러시아)의 귀화에 따른 논란이 심리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남자쇼트트랙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소치올림픽 노메달’이라는 키워드는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숙명과도 같다.

이럴 때일수록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이는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요소다. 큰 경기를 앞둔 선수들이 “얼마나 내려놓느냐가 중요하다”, “최대한 부담 없이 경기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불안정한 분위기와 환경은 선수의 경기력에 가장 해로운 요소”라는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김영숙 선임연구위원(스포츠심리학 박사)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 점에서 남자대표팀에 서이라(26·화성시청)의 존재가 무척 소중하다. 서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타고났다. 극한의 긴장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때론 ‘진지하지 못하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이 같은 자세는 서이라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강릉선수촌에 입촌한 5일 버스에서 내리기 무섭게 휴대전화로 현장 사진을 찍으며 분위기를 밝게 한 것이 좋은 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나머지 선수들까지 웃게 한 ‘해피 바이러스’다.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는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세계인의 축제다. 이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힘이 느껴졌다.

남자 쇼트트랙대표 서이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6~7일 강릉아이스아레나와 강릉영동대 아이스링크에서 진행한 공식 훈련 때도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계주는 팀워크가 중요한데, 팀 분위기가 좋다면 그만큼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서이라는 “첫 경기를 잘 준비하면 계주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 체력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는 이미 끝났다. 스피드와 계주 호흡 위주로 남은 기간 준비 잘하겠다. 주장 (곽)윤기 형이 잘 이끌어준 덕분에 분위기가 정말 좋은데,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다들 각오가 남다르다. 이번에 한번 일을 내보자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이라는 이번 대회의 성공을 위한 키워드로 ‘믿음’을 꼽았다. 생애 첫 올림픽에 참가하는데 따른 긴장감을 피할 수는 없지만, 끈끈한 믿음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믿음이 강하면 뭔가 잘 풀리는 것들이 있다. 자신을 믿고 묵묵히 실천으로 옮긴다면 반드시 잘 풀릴 것으로 본다.” 마지막까지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려는 서이라의 말이다. ‘믿음’이란 두 글자로 머릿속을 꽉 채운 그의 여정은 개막 후 이틀째인 1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남자쇼트트랙 1500m부터 시작한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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