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스토리] 되돌아본 역대 개막식 명장면

입력 2018-02-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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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이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은 상대를 평가하는데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는 올림픽의 개회식은 각 개최국의 얼굴과도 같다. 개막식을 통해 그 나라의 경제, 문화를 비롯한 국가적인 힘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시작부터 오늘날까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꾸준한 발전을 이뤄온 각국의 개회식은 때론 사람들의 경이로운 감정을 자아내기도 하고, 웃고 울게 만드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올림픽 개막의 모든 ‘첫’ 순간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든 것들에게도 첫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오륜기와 올림픽 선서, 성화 릴레이 등 ‘올림픽’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것들부터 하다못해 대회 마스코트까지 스포츠 대제전의 시초인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에서부터 완벽히 갖춰진 모습으로 출발했던 것은 아니다.

파랑, 검정, 빨강, 노랑, 초록색의 다섯 개 원이 모여 만들어진 오륜기와 올림픽 선서는 1920년 벨기에에서 열린 제7회 앤트워프하계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이 창안한 것으로 하얀색 바탕은 국경을 초월한다는 의미다. 오륜마크는 올림픽 정신으로 하나가 된 유럽·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의 5개 대륙을 상징한다.

올림픽의 진짜 시작을 알리는 선서도 앤트워프올림픽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당시 벨기에의 펜싱 선수였던 빅토르 부앙이 처음으로 선수 선서를 맡았다. “우리는 조국의 명예와 스포츠의 영광을 위하여 기사도의 정신으로 올림픽 대회에 참가할 것을 맹세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에서는 심판도 선수들과 함께 선서를 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개막식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는 각국 선수단의 입장식이다. 올림픽은 개최를 거듭하며 참가국과 출전 선수의 수를 늘려 규모를 키워나갔는데,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9회 하계올림픽에서부터는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선수단이 첫 번째로 입장을 하기 시작해 올림픽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 개막식의 ‘꽃’이라 불리는 성화 점화 역시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2012런던올림픽 개회식은 문화강국 영국의 컬처 파워를 보여준 무대로 각인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스포츠와 문화의 결합

매 회 개최지를 옮겨 열리는 올림픽의 개막식은 각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의 집약체다. 각국의 전통 음악, 의상 혹은 대표하는 인물들이 개막식에 등장해 성대한 축제를 장식한다. 그런 점에서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의 민속놀이인 굴렁쇠를 굴리며 등장한 소년은 당시 유명인이 아니었지만, 한국인에게는 평생 추억할 인물이 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제2의 굴렁쇠 소년의 탄생을 기대하는 이들마저 있다.

굴렁쇠 소년의 정체는 윤태웅이다. 그의 생일은 1981년 9월 30일. 같은 날 대한민국 서울은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일본의 나고야를 누르고 1988서울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열린 호돌이 선발 대회에서 최우수 어린이로 뽑힌 그는 서울올림픽 개막식 당시 8세의 나이로 굴렁쇠를 굴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굴렁쇠 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영국은 2012런던올림픽 개막식을 마치 한편의 뮤지컬로 꾸며내 ‘문화 강국’의 면모를 뽐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 감독이 이끈 대회 개막식에서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헬기를 타고 런던의 빅벤, 국회의사당을 지나 개막식이 진행되는 메인스타디움에 도착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세를 떨친 로완 앳킨스와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K. 롤링이 등장해 좌중을 놀라게 했고, 영국의 자부심과도 결부되는 세계적인 락밴드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헤이 쥬드 (Hey Jude)’ 무대를 선보여 감동을 더했다.

애니메이션의 강국인 미국은 월트 디즈니와 함께 1960년 스쿼밸리에서 열린 제8회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했다. 또 콘텐츠 강국 일본은 2016년 브라질에서 끝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폐막식에서 2020도쿄올림픽 홍보 영상을 상영했는데,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 등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가 시내 곳곳에 등장하고, 이어 아베 신조 총리가 슈퍼마리오로 변신해 폐막식에 직접 등장하는 독특한 연출을 선보였다.

서울올림픽 성화 점화 장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손에 땀을 쥐게 한 사건·사고

화려한 개막식의 이면에는 아찔한 실수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벌어진 비둘기 사건이다. 개막식 시작과 함께 날려 보낸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문제가 됐다. 당시 3명의 성화 주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성화대에 점화하는 장면을 연출했는데, 성화대에 앉아 있던 비둘기 중 일부가 성화가 점화된 뒤에도 날아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다 산채로 불에 타버리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장면은 이후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방영돼 가슴 아픈 추억으로 되살아나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개최된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패럴림픽 양궁선수인 안토니오 레보요가 불화살로 성화대에 불을 붙이는 새로운 점화 방식을 시도했다. 성화 봉송 주자가 직접 성화대까지 달려가 불을 옮겼던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난 참신한 도전이었지만, 불화살이 목표물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한 것은 옥에 티로 남았다. 자동 점화 장치에 의해 다행히 점화는 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직전 대회인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눈에 띄는 큰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열린 개막식에서 러시아는 눈꽃의 형상이 펼쳐지며 완성되는 오륜기의 모습을 연출했는데, 제일 오른쪽 끝의 눈꽃이 펴지지 않아 오륜이 사륜에 그치는 난감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 대회에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막대한 공을 들인 러시아로서는 오래도록 아쉬움이 남을 장면이다.

또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3개의 기둥과, 1개의 메인 기둥으로 구성된 성화대를 마련했다. 그런데 성화 점화 순간 1개의 기둥이 작동하지 않고, 3개 기둥만 솟아올라 지켜보는 이들을 당황케 했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화려함에 화려함을 더하다

국가적 대사인 올림픽 개·폐막식은 국력과, 경제 및 문화적 수준 등을 두루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G2’에 속하는 중국이 꾸며낸 2008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대규모의 인원을 총동원해 동양의 화려함의 표현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에 맞춰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에 열린 개막식은 진행 시간만 4시간여에 이르렀다. ‘하나’를 주제로 연출된 개막식에선 와이어에 몸을 맡긴 무용가들의 수려한 움직임이 관중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 주경기장의 바닥이 갈라지며 지구를 표현한 거대한 조형물이 떠오르는 등 대륙의 스케일을 다시금 확인시킨 자리이기도 했다. 개막식에만 1만5000명의 인원이 참가했고,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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