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후배들 향한 ‘쇼트트랙 전설’ 전이경의 응원

입력 2018-02-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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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평창동계올림픽 싱가포르 선수단 입촌식이 8일 강원도 강릉선수촌에서 열렸다.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샤이엔 고 선수와 사진을 찍고 있다. 강릉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후배들에게요? 금메달 이야기만큼은 하기 싫어요. 하하.”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강릉선수촌은 귀한 손님을 맞이했다. 주인공은 싱가포르를 사상 첫 동계올림픽 무대로 이끈 전이경(42) 여자쇼트트랙대표팀 감독이었다.

동계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전 감독은 2015년 11월 싱가포르 빙상계의 부름을 받고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전설의 손에서 탄생한 첫 작품은 샤이엔 고(19)다. 전 감독은 샤이엔을 집중 지도한 끝에 싱가포르 최초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싱가포르 ‘결사대’는 선수 1명과 임원 5명이 전부인 탓에 행사 분위기는 다소 조촐했지만, 이들 모두는 밝은 미소를 띠며 환영식을 즐겼다. 입촌식 직후 만난 전 감독은 “사실 우리는 올림픽 정신에 맞춰 출전에 의의를 둔 팀이라”며 웃은 뒤 “태극기가 게양되는 입촌식이면 더 좋았겠지만 어느 국기든 간에 이러한 행사는 감동스럽다. 다만 평창올림픽 유치위원회에 몸담으며 노력을 많이 했는데 대회 분위기가 조금은 처진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적응훈련을 위해 한 달 전 경기도 고양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는 전 감독은 싱가포르에서보다 연습량을 대폭 늘렸다. 2시간하던 하루 스케이팅 훈련이 4시간이 됐다. 올림픽에서 의미 있는 완주를 펼치기 위함이다. 전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샤이엔이) 꼴찌는 맡아 놓은 상태지만, 최대한 노력해 선두그룹과 함께 레이스를 마치는 일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참 후배인 한국선수들을 향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전 감독은 “여자는 한국~중국~캐나다의 3파전이 치열해 보인다. 그러나 남자는 예측을 하지 못하겠다. 혼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언 한 마디를 구하는 취재진의 부탁엔 “사실 금메달 따라는 이야기는 하기 싫다. 얼마나 부담이 될지 알기 때문이다. 현역시절에도 그러한 질문을 들으면 최대한 피해가려고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한 마디를 곁들였다.

“후회가 남는 경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도 올림픽 무대에서 말이다.”

강릉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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