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13일 한국 최초 금메달 사냥에 도전하는 최민정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나 자신”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500m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자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정복하지 못한 종목이 바로 500m다. 남자대표팀 또한 릴레함메르올림픽 당시 채지훈이 금메달을 따낸 뒤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최민정(20·연세대)에게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6~2017시즌 월드컵 4차대회와 2017~2018시즌 월드컵 1차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경쟁력을 입증했고, 이번 시즌 월드컵랭킹도 마리안 생젤라(캐나다)에 이어 2위다. 10일 예선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를 자랑하며 올림픽신기록(42초870)을 작성했다. 이는 예선에 참가한 32명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1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이 종목 본선은 최민정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스스로도 이번 올림픽의 성공을 위한 키워드를 ‘도전’으로 손꼽았다.
취춘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조편성 집중분석
예선을 통과한 선수는 총 16명. 함께 출전한 심석희(21)와 김아랑(23·이상 한국체대)이 예선 탈락한 터라 최민정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다행히 취춘위(중국), 마르티나 발체피나(이탈리아), 페트라 야스자파티(헝가리)와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준준결승 4조 조편성은 나쁘지 않다. 예선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낸 터라 가장 안쪽 코스(1번코스)를 배정받은 것도 호재다. 교묘하게 손을 쓸 줄 아는 취춘위의 반칙행위만 피하면 준결승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다.
상위 두 명이 준결승에 진출하는 준준결승 4개 조를 들여다보면 선수간의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생젤라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야라 반 케르크호프(네덜란드), 나탈리아 말리제브스카(폴란드)가 포진한 1조에선 생젤레와 폰타나의 준결선행이 유력하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 킴 부탱(캐나다), 안드레아 케슬러(헝가리), 애나 자이델(독일)이 경합하는 2조에서도 크리스티와 부탱이 워낙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판커신, 한위통(이상 중국), 소피아 프로스비르노바(러시아), 마메 바이니(미국)이 포진한 3조는 판커신을 제외한 세 명이 2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최민정을 비롯해 생젤라와 폰타나, 크리스티, 부탱, 판커신 등 6명 모두 우승후보라는 평가다.
판커신(맨앞).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역시 변수는 중국
세 명이 준준결승에 오른 중국이 가장 큰 변수다. 조편성 상 판커신과 한위통, 취춘위 모두 준결승에 진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경우 최민정이 준결승에서 두 명 이상의 중국 선수와 맞닥뜨리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대표팀이 12일 강릉영동대 아이스링크에서 훈련한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준결승 조편성이 관건”이라며 “준결승에서 두 명 이상의 중국 선수를 만나면 그 중 한 명이 최민정을 노리고 스케이팅을 할 수 있다. 기록에 따라 조편성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준준결승에서 잘 타는 것도 중요하다. 결승에만 진출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위원은 훈련을 마친 최민정을 끌어안으며 격려하기도 했다.
박세우 대표팀 코치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중국 선수들이 대놓고 반칙을 한다면 우리도 손 쓸 방법이 없다”며 “고의적으로 한국 선수를 노리고 반칙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그쪽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제대로 레이스를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 선수들의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고 레이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부분에 대한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밝혔다.
여자 쇼트트랙대표 최민정(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최민정, 男 선수들과 훈련하며 준비 끝냈다
최민정은 12일 훈련 때 남자선수들과 함께 트랙을 돌았다. 스피드를 강화하는 동시에 힘에서 앞서는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 대비한 것이다. 박 코치는 “최민정의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며 “물론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최민정이) 남자선수들과 훈련을 해도 멀리서 보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스피드가 뛰어나다. 본인도 자신감을 갖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최민정은 막판 스퍼트가 뛰어나다. 따라서 스타트 시 격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스타트만 잘되면 막판에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그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몸싸움이 치열한 500m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무리하게 코너를 돌다 넘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변수에 대처하는 능력도 스타트와 스피드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민정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니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상대 선수에 따른 전략도 감독님과 상의하며 연구했다. 그 부분을 실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첫 올림픽이기도 하고,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선에서 정말 열심히 했으니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나 자신이다. 500m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나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있었다.
강릉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