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별] 부모님의 나라에서 올림픽 금메달 꿈꾸는 클로이 김

입력 2018-02-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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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나라’에 선 클로이 김은 12일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95.50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군계일학’의 실력을 뽐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부모님의 나라’에 선 클로이 김은 12일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예선에서 95.50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군계일학’의 실력을 뽐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딸이 2000년생 용띠입니다. 이무기에서 용이 될 시간이라고 힘을 불어넣어줬습니다.”

하얀 설원과 푸른 하늘을 쉼 없이 가르던 늦둥이 딸이 혹여 넘어질까,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끝난 두 차례의 레이스. 곧이어 딸의 기록이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걸렸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버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클로이 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클로이 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부모님의 나라에서 치른 올림픽 데뷔전

‘스노보드 천재소녀’로 불리는 클로이 김(18·미국)이 부모님의 나라에서 뜻 깊은 올림픽 금메달을 꿈꾼다. 12일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높이 6m·길이 170m 가량의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고난도 공중묘기를 겨루는 종목)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고 금빛 메달이 달려있는 13일 결선무대에 올랐다.

2000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클로이 김은 출생과 성장 배경이 모두 미국이다. 4살 때 처음 접한 스노보드 역시 시작은 미국에서였다. 그러나 클로이 김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부모님의 나라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았다. 인연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어졌다. 이미 동계 X게임 최연소 우승과 US그랑프리 여자 최초 1080도 연속 회전, 100점 만점 등 각종 진기록을 써내며 당당하게 한국 땅을 밟았다. 평생 잊지 못할 올림픽 데뷔전을 부모님의 나라에서 치르게 된 셈이다.

실력은 명성 그대로였다. 천재소녀는 많은 한국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이 ‘군계일학’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클로이 김은 이날 1차 시기에서 고난도 회전을 선보이며 91.50점을 받아 전체 1위에 올랐다. 2차 시기에선 무려 95.50점을 획득해 손쉽게 결선에 올랐다(1·2차 중 더 높은 점수로 결선행 확정). 전체 24명 가운데 90점 이상을 받은 선수는 클로이 김뿐. 마땅한 경쟁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속도와 높이, 기술 모두에서 압도적이었다. 아직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이 친숙하지 않은 관중들도 화려한 묘기를 지켜보며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클로이 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클로이 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가족들과 함께 할 결선무대

클로이 김은 “원래 예선 무대에선 긴장을 하는 편“이라며 수줍게 웃은 뒤 “다행히 느낌이 좋다. 슬로프와 경기장 환경도 모두 만족스럽다. 결선에서는 조금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 준 존재는 가족들이었다. 이날 예선에는 아버지 김종진(62)씨를 비롯해 어머니 윤보란씨와 두 언니, 고모 등 온 가족이 출동했다.

대회장에서 만난 김종진씨는 “사실 올림픽이라고 해도 그렇게 떨리지가 않았는데 어제 저녁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면서 “딸이 최근 언론으로부터 많은 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혹여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봐 걱정을 했다. (부담을 딛고)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준 딸이 고맙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애가 용띠다. 그래서 어제 딸에게 ‘이제 이무기가 용이 될 시간이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하하하, 땡큐 아빠’라고 답장을 줬다”며 활짝 웃었다. 가족들의 응원을 듬뿍 얻은 클로이 김은 13일 오전 10시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선무대에서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평창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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