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경이 한계를 뛰어넘는 웃음 하드캐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2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이하 ‘와이키키’) 3회에서는 배역을 차지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생계형 배우 준기(이이경 분)의 몸부림이 펼쳐졌다.
이날 준기의 열혈 배역 사수기가 이어졌다. 과도한 의욕으로 ‘아저씨’ 원빈에 빙의해 프로필을 돌려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뻗치는 열정으로 위장에 군복까지 풀장착 하고 오디션을 봤지만 ‘마린’은 해병 특수부대 이야기가 아니라 수영선수의 영화였다. 단역이라도 시켜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했지만 감독은 수영선수는 공기 저항을 줄이려고 온몸의 털을 다 민다며 남성미 넘치는 털부자 준기를 거절했다. 배역이 목숨만큼 소중했던 준기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왁싱샵을 찾았다. 여자 왁서의 등장에 잠시 주춤했지만 극한의 고통을 참고 털 한 올 남기지 않는 전신 왁싱에 성공했다. 피나는 노력을 발휘한 준기는 결국 수영선수8 역을 따냈다.
배역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뜻하지 않은 참사를 불러왔다. 여자친구 가족을 만나러 간 준기는 어머니의 마음에 쏙 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여동생이 등장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여동생이 준기의 왁싱을 담당했던 것. 충격을 받은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가까스로 면했지만 뜨거운 라면을 허벅지에 흘려 실려 간 병원에서는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의사로 등장했다. 결국, 여동생과 어머니가 준기의 모든 것을 보게 된 상황을 감당하지 못한 여자친구는 이별을 통보했다. 모든 것을 걸고 따낸 배역도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주연배우가 왁싱을 거부하면서 졸지에 수영선수에서 응원하는 군중 역으로 떨어져 버렸다.
마음만은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준기의 짠내 나는 고군분투가 걷잡을 수 없는 행보를 거듭하며 ‘웃픈’ 종지부를 찍는 과정이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2회에서 특수 분장을 지키기 위해 온몸에 털을 뒤집어써야 했던 준기는 이번에 모든 털을 밀어야 했다. 가장 중요한 부위에는 화상까지 입었다. 연애도, 일도 쉽지 않은 준기의 현실이 안쓰러웠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사고가 준기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쯤 되면 준기가 이이경인지 이이경이 준기인지 모를 정도로 캐릭터 그 자체의 연기를 보여주는 이이경은 ‘믿고 보는’ 웃음유발러에 등극했다. 이이경의 생동감 넘치는 리얼한 연기가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브라질리언 왁싱을 체험하며 인형을 물어뜯는 능청스러움과 디테일하고 능수능란한 연기는 빅웃음은 물론 깨알 재미까지 책임지고 있다. 매회 한계를 넘어서는 하드캐리 활약을 펼치는 이이경의 단짠 수난기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