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홈 1차전에서 후반 39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반 2골 내주자 이동국 투입…투톱 전환
후반전 멀티골…가시와전 대역전극 주역
K리그1(클래식) 챔피언 전북 현대는 올 겨울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시도했다. 선수이적시장에서 손준호∼홍정호 등 국가대표 자원들과 실력이 검증된 티아고∼아드리아노 등 외국인 공격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강한 스쿼드를 더욱 두텁게 한 이유는 2006 ∼2016년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3번째 아시아 클럽 정상을 위해서였다. 경쟁 상대팀들의 동향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중국 슈퍼리그에서의 폭풍영입이 사라졌다. 자국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노선을 택했다. 중동 클럽들도 ‘패닉 바잉(불안 심리 탓에 앞뒤 가리지 않고 매점·매석하는 현상)’을 피한 지 오래다.
물론 전북이 수십억 자금을 쏟아 부은 것도 아니다. 손준호를 제외한 나머지를 임대 혹은 FA(자유계약) 신분으로 풀어 데려왔다. 현명한 접근이었다. 비용도 절감하고 전열도 풍성히 다진 전북 최강희 감독은 “아시아 평정에 나설 만 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가시와 레이솔(일본)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홈 1차전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다. 흥밋거리는 또 있었다. 징크스 타파. 가시와는 전북의 천적이다. 앞선 6차례 대결은 1무5패로 열세였다.
이를 의식한 최 감독은 “상대도 좋지만 우리가 훨씬 강하다”는 말로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가시와는 강점이 있었다. 팀 조직력이다. 외국인 선수 1명을 보강한 것이 유일한 변화였다. 반대로 이는 전북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 부족했다. 국가대표팀의 터키 안탈리아 동계강화훈련의 여파다. 태극전사 7명을 배출한 건 분명 큰 자랑이지만 전원이 함께 땀 흘린 기간은 나흘에 불과해 걱정이 컸다.
그러나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전원투입으로 총력전을 선언했다. 여파가 뚜렷했다. 호흡이 맞지 않았고, 흐름이 자주 끊겼다. 뼈아픈 실책도 겹쳤다. 순식간에 2골을 내줬다. 최 감독은 즉각 대응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 ‘캡틴’ 신형민과 오른쪽 풀백 ‘부 주장’ 최철순을 불러들이고 이동국, 이용을 투입해 투 톱으로 전환했다.
0-2에서 3-2로의 대역전극이 시작됐다.
언제 어디서나 믿고 쓰는 구관은 명관이었다. 후반 10분 이재성의 코너킥을 이동국이 헤딩골로 연결했다. 전북은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로페즈 대신 나선 티아고가 후반 30분 프리킥 한 볼이 경합 과정에서 튀어 오르자 왼쪽 풀백 김진수가 시저스 킥으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39분 홍정호의 패스를 문전에서 받은 이동국이 침착하게 감아 찬 오른발 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동국은 AFC 통산 34골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F조 울산 현대는 같은 날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 1차전에서 3-3으로 비겼다. 외국인 공격수 오르샤가 2골·1도움으로 맹활약했지만 3차례 리드 상황을 전부 지키지 못해 승리를 놓쳤다. 전북은 20일 키치(홍콩) 원정 2차전, 울산은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홈 2차전을 갖는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