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단일팀은 완패보다 비방과 비난이 더 아프다

입력 2018-02-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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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예상은 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올림픽 사상 첫 ‘남북 합작’이라는 명분을 내건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2경기 연속 대패했다. 12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B조 예선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0-8로 졌다. 4강 진출 역시 좌절됐다.

1차전 스위스전에 이어 스웨덴전에서도 한 골조차 내지 못할 만큼 수준 차이가 극명했다. 남북단일팀은 1차전 때와 마찬가지로 ‘첫 골’을 위해 분투했지만 상대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남북단일팀의 수비벽은 허물어져갔고, 결국 두 경기 모두 0-8이라는 성적을 받아들여야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북단일팀을 둘러싼 곱지 않은 시선이 눈에 띄고 있다. 겨우 이 정도 경기력을 갖고 ‘감히’ 기회 박탈을 하소연했다는 일각의 논리다.

사실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남북단일팀을 향한 시선은 동정론이 지배적이었다. 힘겹게 현역생활을 이어온 우리 선수들이 남북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단일팀이 올림픽 예선에서 두 차례나 큰 점수차로 패하면서 실망감이 비방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그간의 노력까지 폄훼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물론 우리 선수들이 세계 수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 4년간 새라 머레이(30·캐나다) 감독과 함께 많은 피땀을 흘렸다. 안방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첫 올림픽 무대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실력을 닦아온 선수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닌 응원이다.

머레이 감독은 13일 예정된 훈련을 취소하고 남북단일팀 전체에 휴식을 부여했다. 이미 정신적,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을 염려한 차원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북단일팀도 14일 일본전이 끝나면 역사의 뒤편으로 돌아가게 된다. 부디 우리 선수들이 생채기를 달래고 마지막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기를 바랄 뿐이다.

강릉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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