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2회 올림픽 땐 금메달 없었다 ② 금메달은 도금이다

입력 2018-02-15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3회 올림픽부터 금·은·동메달 첫 등장
순도 92.5% 이상 은에 6g 이상 금 도금
메달 1개의 경제적 가치 최대 2690억원
도너츠·옥·운석·소리나는 메달 등 화제

올림픽의 상징은 비둘기와 월계수, 그리고 메달 세리머니다.

조국의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올림픽 시상대의 한가운데 오르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선수가 4년 동안 땀 흘리며 준비한다. 그 노력과 열망, 헌신, 절제의 가치를 알기에 수상자들에게는 영광의 징표로 메달을 준다.

무게 몇 백 그램의 메달이 품은 가치는 그래서 크기 이상이고 단순히 숫자로 따질 수 없다. 계산 불가다. 올림픽의 상징인 메달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 고대올림픽 월계수관의 가치는 메달로 이어지다

근대올림픽의 모델이 된 고대올림픽은 우승자에게 올리브나무 월계관을 주는 것이 전부였다. 물질적인 이득은 없었다. 오직 명예만 있을 뿐이었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근대올림픽이 시작됐을 때 우승자는 올리브 월계관을 받았다. 고대 올림피아드 정신의 계승이었다. 이와 함께 받은 것이 메달이다. 당시 우승자에게는 은메달과 우승증서를, 2위에게는 동메달을 줬다. 3위는 아무 것도 없었다. 왜 은과 동메달이었을까? 이는 그리스 신화와 이유가 있다. 신화에 따르면 금과 은, 청동은 세 가지 인간의 시대를 뜻한다. 금은 인간이 신과 함께 살았던 시대, 은은 젊음이 천년까지 지속되는 시대, 청동은 영웅의 시대를 뜻한다. 그래서 인간 우승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은메달이어야 했다. 2위를 한 스포츠 영웅에게는 동메달을 줬다. 그리스인들은 제1회 대회 이후 올림픽의 그리스 영구개최를 주장했다. 만일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지금도 올림픽 메달은 은과 동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올림픽은 4년마다 개최지를 달리해서 열리는 것이 전통이다. 4년 뒤인 1900년 제2회 프랑스 파리 대회 때는 그리스의 전통을 굳이 지킬 이유가 없었다. 메달이 사라졌다. 우승자는 대신 트로피를 받았다.


● 금·은·동메달이 등장한 세인트루이스 대회

1904년 제3회 미국 세인트루이스 하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이 등장했다.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은 직경 30cm로 목에 걸기 힘들 정도로 컸다. 정면에 ‘세계박람회 미국 세인트루이스’라는 글자가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올림픽은 엑스포의 부속 행사로 대접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뒷면에는 자유의 여신상을 새겨 미국에서 대회가 열렸음을 알렸다.

이후 1,2,3위에게 금,은,동메달을 주는 전통은 이어졌지만 문제가 있었다. 대회마다 개최국가에 따라 메달의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뭔가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치 올림픽 메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마침내 올림픽 메달 규정이 나오다.

1928년 제9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올림픽부터 메달의 도안과 규격이 통일됐다. 이에 따르면 메달에는 반드시 승리의 여신 니케가 로마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월계관을 들어올린 모습이 들어가야 했다. 대회 개최장소와 연도도 필수항목이다. IOC는 크기도 정했다. 메달의 지름은 6cm 이상, 두께는 3mm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이 규정은 관례로 이어져오면서 잘 지켜졌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개최국들의 불만이 나왔다. 개최국을 상징할만한 것을 메달에 넣고 싶은데 깐깐한 IOC가 허락해주지 않았다. 힘겨루기는 계속됐다.

마침내 IOC가 한 발 물러섰다.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 때부터 메달의 앞면은 표준디자인을 따르고 뒷면은 개최국의 특징을 담은 디자인을 쓰도록 했다. 이에 따라 88서울올림픽 때는 뒷면에 월계수를 문 비둘기가 들어갔다. 대회의 모토가 평화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달이다. 이와 함께 태극무늬를 응용한 서울올림픽 엠블럼도 넣어 서울과 88을 기억하게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IOC와 개최국 사이에 올림픽 메달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

메달과 관련한 개최국의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결국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회 때부터 앞면 디자인에도 일부 변형이 허용됐다. 2004 년 아테네 올림픽부터는 새로운 표준디자인이 도입됐다. 월계관을 든 니케의 배경을 로마 콜리세움에서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경기장으로 바꿨다. 고대올림픽 정신을 생각한다면 변경은 합당했다. 올림픽 메달의 디자인은 이처럼 대회마다 조금씩 변해왔지만 하계올림픽과 달리 동계올림픽은 강제규정이 없다. 그래서 독특한 디자인의 메달은 대부분 동계올림픽에서 나왔다.


● 올림픽 메달 디자인 결정 과정과 제작 규정

메달 디자인은 개최국의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결정한다. 조직위원회가 디자인 업체를 공개모집한 뒤 여기서 선정된 도안을 IOC에서 최종적으로 확정 받는다. 메달제작은 주로 개최국의 화폐공사에서 담당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금메달은 100% 금이 아니다. 은에 금을 도금한 것이다. 이 것도 IOC 규정에 따른다. 반드시 순도 92.5% 이상의 은에 6g이상의 금을 도금해야 한다. 은메달은 순도 92.5%의 은으로 제작하고 동메달은 순도 97% 이상의 구리가 주 재료다. 실제 제작 때는 순도 99.9% 이상의 은을 쓴다. 그래서 메달의 제작단가는 제작 당시의 국제 금은시세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봐야 수백만원이 넘지 않지만 유명 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올림픽메달 1개가 가진 경제적 가치는 최소 1950억 원에서 최대 2690억 원으로 엄청나다.

토리노 올림픽 메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역대 가장 창조적이고 화제를 모았던 올림픽 메달은

2006년 토리노 동계대회 메달은 도넛 모양이어서 화제가 됐다. 가운데 구멍은 광장을 상징했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의 메달은 사다리꼴에 가까운 울퉁불퉁한 모양이었고, 1984년 사라예보 대회의 메달은 둥근 메달이 큰 사각형 틀에 갇힌 형태였다.

소재도 다양해졌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메달은 뒷면에 백옥, 청백옥, 청옥을 넣어 화제가 됐다. 옥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보석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는 폐전자제품에서 나온 금, 은, 동을 재활용 한 친환경 올림픽메달이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조각을 넣은 7개의 운석메달을 따로 만들어 화제였다.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은 역대급으로 혹평을 받은 대회지만 패럴림픽 메달만은 찬사가 멈추지 않았다. 사상 처음으로 소리 메달이 등장했다. 패럴림픽 메달에는 시각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점자를 새겨 넣는데 리우는 메달에 각각 28 개, 20개, 16개의 쇠 구슬을 넣어 흔들면 소리가 나도록 했다. 물론 금메달이 가장 큰 소리가 난다.


● 알아두면 좋은 메달 세리머니 관련 잡학

선수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는 전통은 1960년 로마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금·은·동 메달의 순위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메달 단상은 1932년 제10회 미국 LA올림픽 때 처음 도입됐다. 2006 년 토리노 동계대회 때부터는 처음으로 세리머니가 이원화됐다. 경기 끝나자마자 하는 베뉴 세리머니와 메달을 주는 빅토리 세리머니로 나눠서 진행한다. 이번 평창 대회는 그 관례에 따라 세리머니를 이원화해서 진행하고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