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설날 설상종목서 한국 첫 ‘금메달 세배’ 도전

입력 2018-02-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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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황제를 꿈꾸는 윤성빈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출격한다. 설날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선사하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레이스에 나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직 대한민국의 첫 번째 설상 종목 메달은 나오지 않았다. 겨울올림픽은 ‘눈과 얼음의 축제’다. 동계스포츠 약소국이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적어도 얼음 위에선 강국이 됐다. 쇼트트랙을 시작으로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겨울올림픽의 꽃’인 피겨스케이팅까지 팀 코리아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눈 위에서 치르는 설상 종목의 벽은 높다. 메달을 떠나 깊은 의미가 담긴 도전은 십수 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황무지를 개간해 옥토로 만들고 씨를 뿌리는 힘든 여정이었다. 그 노력과 헌신의 힘으로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눈밭 위에서의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윤성빈(24·강원도청)은 대한민국의 첫 번째 설상 메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있다. 슬라이딩 종목은 냉혹한 공포가 느껴질 만큼 매끄러운 얼음 위를 질주한다. 그러나 태생은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썰매였다. 다른 빙상 종목과 달리 실외에서 열리는 특징도 있어 설상 종목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봅슬레이에서 꾸준히 세계 정상의 문을 두드렸다. 스켈레톤은 같은 썰매 종목이지만 낯설었다.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진다는 종목이다. 눈썰매장에서 엎드려 썰매를 타면 당장 안전요원이 호각을 부른다. 그만큼 엎드려서 주행하는 스켈레톤은 위험한 종목이다. 최고 시속 130㎞로 질주하지만 로프 핸들이 있는 봅슬레이, 누워서 안정감 있게 주행할 수 있는 루지와 달리 조종이 매우 어렵고 제한적이다. 스켈레톤선수도 사람이다. 스타트 라인에 서서 썰매를 밀며 질주하는 순간은 곧 목숨을 건 주행의 출발이다.

윤성빈은 13일 평창동계올림픽 첫 번째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이렇게 털어놓았다. “다른 모든 참가 선수의 코칭스태프가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 주행 경험이 많은 한국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주행은 전력을 숨길 수 없다.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훈련 주행과 공식경기 주행 때 마음은 항상 똑같다.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스타트다. 관중들과 함께할 올림픽 스타트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남자 스켈레톤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동안 우리나라 썰매 종목 선수들은 국내에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 국제대회 규격을 갖춘 슬라이딩 코스는 전 세계에 고작 18개밖에 없었다.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는 세계 19번째 경기장이다. 윤성빈은 스켈레톤 썰매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팬들의 함성 속에서 스타트를 준비하고 있다.

윤성빈은 “설날에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켈레톤은 설 연휴의 시작인 15일 1·2차 주행, 설날인 16일 3·4차 주행이 진행된다. 1~4차 주행 기록을 모두 합산해 가장 빠른 기록을 낸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다. 3·4차 주행 경기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낮 12시10분까지로 예정돼 있다.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마치면 윤성빈이 금메달에 도전하는 시간이다.

스켈레톤과 같은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경기를 치른 여자루지 성은령(26)과 귀화선수인 에일린 프리쉐(26)는 같은 목소리로 “스타트 때 팬들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윤성빈도 올림픽을 준비하며 “설날 팬들의 응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림픽슬라이딩센터 코스는 2018m다. 스타트 하우스부터 피니시 하우스까지의 표고차는 무려 120m다. 해발 900m의 산에 지어진 경기장이기 때문에 무척 춥고, 강한 바람까지 분다. 그러나 설날 이곳은 7000명의 관중이 찾을 전망이다. 한 명 한 명의 함성과 박수는 스타트 라인에 선 윤성빈에게 큰 힘이다.

평창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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