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민기 성추행 의혹 폭로글 구체적…신중히 접근” [공식입장]

입력 2018-02-21 1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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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민기 성추행 의혹 폭로글 구체적…신중히 접근”

청주대학교(이하 청주대)가 ‘여대생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배우 조민기(본명 조병기)를 연극학과 교수직(부교수)에서 의원면직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경찰이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충북지방경찰청 측은 21일 동아닷컴에 “조민기의 청주대 여대생 성추행 의혹을 내사 중이다. 온라인에 게재된 내용과 자료 등을 파악하고 있다.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관련 사실에 대해 아직 정확성을 파악하지 않은 만큼 학교 측 자료를 참고하고 필요하다면 참고인 조사도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을 우리 역시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고소 등 수사기관에 직접 피해 사실을 알린 피해자는 없다. 따라서 최대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가운데 이날 청주대에서는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 조민기의 의원면직을 공식화했다. 이사회 기록에 따르면 조민기는 지난 13일 열린 청주대 이사회 결정에 따라 28일자로 의원면직 처리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열린 이사회 안건에 따른 결과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2017년 10월 교육부로부터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교원의 학생 성추행 신고에 대한 민원 이첩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개최하여 조사한 결과 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징계혐의자의 행위가 청주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 제2조 1항의 성희롱에 해당하고 피해 학생이 처벌을 강하게 원하고 있으며, 본교 인사규정 제44조 3호 ‘학교의 내외를 불문하고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므로 엄중한 징계를 요구한다”는 내용으로 조민기의 징계 심사를 진행했다. 이후 조민기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청주대는 이번 이사회를 통해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조민기의 교수직 사임으로 사태가 일단락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성추행 의혹이 온라인을 통해 폭로되면서 파문이 확산된 것. 그 시작은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출발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의 작성자는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연예인 ㅈㅁㄱ 씨가 몇년간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교수직을 박탈 당했다”며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 당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적었다. 이후 해당 글은 삭제됐지만, 조민기의 교수직 사임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학교 측과 조민기 측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먼저 청주대 측은 동아닷컴에 “‘조민기가 성추행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학교에서 조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에 따라 최근 정직 3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그런데 조민기가 사표를 냈다. 그의 사표는 28일자로 수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성과 관련된 문제가 있었다. 그런 판단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중징계를 한거다”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조민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을 한 애들이 있더라”고 말했다. 또 접촉은 있었지만 격려차원이었다고. 조민기는 “노래방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주장했다.

또 소속사를 통해서도 학교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조민기의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화된 내용 및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는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다.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초부터 학교 내에 조민기에 대한 확인 안 된 구설이 떠돌기 시작했으나, 피해자도 없이 떠도는 소문이라 처음에는 깊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후 관련 내용이 익명 신문고를 통해 대학 측에 알려지게 됐고, 불특정 세력으로부터 ‘언론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조민기는 결백을 밝히기 위해 법적 조치 진행 여부도 생각하였으나, 가장 먼저 이로 인해 상처를 입을 가족들을 지키고 싶었던 마음과 상대방이 학생이라는 점을 고민하여 최대한 대학 측에서 진상규명을 해주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선배로서, 또 교수로서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추문에 휩싸인 것 자체에 회의감과 자책감을 느껴 바로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대학 측에서 진상규명 후에 수리가 가능하다고 보류하다 이후로도 신문고 내용의 피해자와 제보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현재는 사표가 수리된 상황이다. 위와 관련된 학교 측의 조사 중,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은 조민기는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일 뿐, 보도된 학교측의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는 사실이 아니며 이러한 학교측의 입장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소속사는 “이미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하고자 책임을 지고 강단에서 내려온 조민기에게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 의도적인 악성 루머를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양산한다면 한 가족의 가장에게, 또한 한 가정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고자 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추가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자신이 조민기의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한 연극배우 송하늘은 20일 밤 SNS 계정을 통해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나와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가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 나는 격려와 추행도 구분하지 못하는 바보가 아니다. 나와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나서기 너무 두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지만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어디에선가 또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글을 적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 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다. ‘안 가면 되지 않느냐’, ‘피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만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왔기에 결국은 그 자리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혼자 그 자리에 가지 않기 위해 학우들에게 연락해 동행하곤 했다. 친구와 같이 그 자리에 가는 것, 혼자 가지 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결국 조민기는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겠다는 것. 조민기의 소속사는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 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일은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시시비비가 결정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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