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미야자키 리포트] 박건우, “타격 2등이라서 행복하다”

입력 2018-03-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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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는 2017시즌 타율 2위를 기록했다. 이 부문 1위 김선빈과 차이가 4리에 불과해 아쉬움이 클 법한데도 그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2등이었기 때문에 덜 불안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목표가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박건우(28)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안타(177개)를 쳤다. 타율은 무려 0.366으로 전체 2위였다. 또 하나 주목할 기록은 OPS다. 지난해 리그에서 1.0이상 OPS를 기록한 타자는 단 5명이다. 박건우는 대형 홈런타자가 아니지만 1.006의 OPS를 기록하며 다섯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렸다. 풀타임 두 번째 시즌에 이룬 대단한 성적이다. 그러나 종료 후 어떤 개인 타이틀도 수상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타격 1위 경쟁을 펼쳤지만 KIA 김선빈에 0.004차이로 뒤졌다. 박건우는 0.582의 장타율과 20개의 홈런을 치며 높은 타율을 올린 타자지만 골든글러브 수상에도 실패했다.

우승 메달과 비교할 수 없지만 개인 타이틀 트로피는 선수에게 큰 자긍심을 준다. 성적이 좋을수록 아깝게 놓친 상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1일 두산의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미야자키에서 만난 박건우는 ‘수상실패’에 대해 무덤덤했다. 오히려 2등이었기 때문에 “덜 불안하고 더 행복하다”고 했다.

일본의 유명한 스포츠 소설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야구감독’에는 주인공 히로오카 다쓰로(요미우리의 동명 유격수가 실제 모델)가 현역시절을 회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 최고의 유격수였지만 항상 개막전 전날에는 ‘내가 안타를 칠 수 있을까? 공을 정확히 잡아 1루로 송구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더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 새 시즌을 준비했기 때문에 만난 초조함이었다.

두산 박건우.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박건우도 같았다. “저렇게 빠른 투수의 공을 내가 때릴 수 있을까?, 부진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다른 고민도 있었다. “지난해 시즌 초반 부진했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스즈키 이치로의 인터뷰를 봤는데 근육량이 많아지면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 운동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분석하고 있다. 후반기 때 내게는 스윙 스피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고 있다.”

스스로 고민이라고 표현했지만 매우 치밀한 자기 분석이다. 프로패셔널에 어울리는 진지한 모습이다.

박건우는 2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함께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는 지난해 단 한명의 20홈런 타자가 없었다. 분명 장타, 홈런에 욕심을 내볼만한 성적이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명확했다. “잠실보다 원정 경기에서 홈런을 더 많이 쳤다. 홈런 타자는 아닌 것 같다. 홈런을 의식하는 순간 스윙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홈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2루타를 많이 치는 타자이고 싶다.”

박건우는 지난해 7월 1일 이후 68경기에서 244타수 101안타 타율 0.414를 기록했다. 앞선 6월 31일까지 63경기에서 기록한 타율도 0.318(239타수 76안타)로 수준급이었다. 후반기 타격 성적이 워낙 좋아 타격 1위를 놓친 점이 더 아까워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김선빈 선배가 워낙 잘했다. 2등을 했기 때문에 나태해지지 않고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올해 목표가 타격왕은 아니다. 다른 선배들처럼 수비 잘 하고 꾸준히 성적 내고 중요할 때 안타를 쳐서 팀 승리에 역할을 하고 그런 모습이 제일 멋있고 최고인 것 같다. 항상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미야자키(일본)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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