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어린투수 타이틀, 이제 싫다” 프로 4년 차 엄상백의 진심

입력 2018-03-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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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엄상백. 사진제공|kt wiz

kt가 수년째 강조하고 있는 구단의 핵심 키워드는 ‘인성·근성·육성’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큰 의미 없는 단어일 수 있지만 동기부여가 절실한 선수라면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말이다. 2018시즌을 앞두고선 kt 투수 엄상백(22)이 바로 그런 선수 중 한명이다.

엄상백은 2015년 kt 1차 지명을 받아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신생구단의 1차 지명자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했으나 그에게선 거만함을 찾아볼 수 없다. 선배에게는 먼저 다가가는 후배, 후배에게는 격 없는 선배로 팀원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성을 갖췄다.

근성에서는 이미 일가견이 있다. “좋은 투구를 못한 날에는 잠이 안 온다”고 말할 정도로 매 승부에서 끈질긴 모습을 자랑한다. 또한 “맞는 것을 두려워하기 싫다”는 말을 달고 살아 진정한 ‘싸움 닭’의 기질까지 보이는 선수다.

팀의 육성 정책에 대한 흡수력도 매우 빠르다. 최근에는 이지풍 코치의 ‘벌크업’ 열풍에 올라타 체중 증량에 성공, 2018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점차 높이고 있다.

이지풍 트레이너의 도움 아래 몸 불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kt 엄상백(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처럼 앞서 언급한 세 단어는 엄상백이라는 투수를 설명하기에 실로 적합한 키워드들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엄상백이 이중 의도적으로 유독 멀리하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육성’이다.

팀의 성장 정책을 거부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거목으로 가는 꾸준한 성장은 선수로서 당연히 해내야 하는 것이지만, 이제는 당장의 ‘현실’에서 팀 전력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지다.

시범경기 개막을 앞둔 그는 11일 “어린투수 타이틀을 떼고 싶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이어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이미 출중한 실력을 보인 선배들이 많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아니라 지금의 실력에 초점이 맞춰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kt 엄상백. 사진제공|kt wiz


그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는 정말 공 던지는 법을 제대로 습득하려고 노력했다. 약점이었던 볼 끝이 점점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체중을 제대로 실어서 공을 던지려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묻자 “‘하체로 던진다’는 말이 이제는 무엇인지 알겠다. 이전까지는 상체로만 던지는 느낌이 확실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몸을 활용할 줄 안다”고 설명했다.

엄상백의 올 시즌 보직은 불펜이다. 이상화~심재민~김재윤과 함께 필승조로 편성돼 팀의 허리를 맡게 됐다. 그가 밝힌 목표는 구체적이고 명확했다. 엄상백은 “어떤 보직이든 그 자리에서 원하는 기록이란 게 있지 않나. 중간계투로 내 목표는 홀드 20개다. 점수를 지킨다는 것은 분명 팀 승리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내 몫을 해 팀의 5할 목표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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