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전문기자의 MLB 트래커] 스탠튼 좌익수 변신·저지도 플랜B 준비 ‘공존을 위한 실험’

입력 2018-03-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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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런 저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양키스에 뜬 ‘두개의 태양’
‘윈윈의 해법’도 흥미진진

수비 약한 포수 산체스 지명타자 기용땐
저지·스탠튼 모두 외야 동시 투입 불가피
시범경기 좌익수 출전 스탠튼 실책 연발
2003년엔 A로드 3루 이동 지터와 ‘윈윈’

2018시즌 메이저리그는 30일(한국시간) 개막한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과 지구 라이벌 텍사스의 맞대결을 비롯한 15경기가 일제히 펼쳐진다. 시범경기부터 이미 풍성하게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의 행보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2개의 태양이 함께 뜰 수 있는가’라는 흥미만점의 소재까지 곁들여져 향후 양키스의 최종적인 ‘교통정리’ 결과에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를 양분한 홈런타자 애런 저지(26)와 지안카를로 스탠튼(29)의 성공적인 동거 여부다. 과거 양키스를 지탱한 불세출의 두 스타 데릭 지터(44)-알렉스 로드리게스(43)의 공존방식과도 닮아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안카를로 스탠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좌익수 스탠튼’ 카드는 통할까?

스탠튼은 마이애미 소속이던 지난해 빅리그 전체 홈런왕(59개)과 NL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뒤 양키스로 이적했다. AL 홈런왕(52개) 저지와의 결합이라 즉각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두 거포 모두 수비 포지션은 우익수라 과연 양키스가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촉각을 곤두서게 했다.

스탠튼은 5일 탬파베이와의 시범경기를 통해 좌익수로 데뷔했다. 그러나 2회 제이크 바워스의 플라이 타구를 글러브에 넣으려다 떨어뜨리며 2루타로 둔갑시킨 데 이어 4회에는 케빈 키어마이어의 타구를 강한 햇빛 때문에 놓쳐 인정 2루타로 만들어줬다. 마이애미에서 활약한 지난 8시즌 동안 좌익수로 나선 적이 전무했던 스탠튼이지만, 마치 ‘굴러온 돌’인 까닭에 ‘박힌 돌’인 저지에게 우익수는 양보한 채 좌익수로 나섰다가 첫 경기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 됐다.

양키스 새 사령탑인 애런 분 감독은 우익수 저지∼지명타자 스탠튼∼포수 개리 산체스로 연결되는 2∼4번 타순 구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저지의 1번 배치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산체스에서 비롯된다. 수비력이 뛰어나지 않은 데다 수비부담 또한 크기 때문에 산체스가 시즌 도중 지명타자로 나서야 할 때가 생긴다. 그 경우 저지와 스탠튼을 모두 외야에 투입할 수밖에 없어 스탠튼의 좌익수 변신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시도되고 있다. 물론 저지도 좌익수 및 중견수 훈련을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시즌 도중 상대 선발투수가 까다로운 좌완일 경우에는 좌타자인 브렛 가드너를 빼고 스탠튼이나 저지를 좌익수로 내세우려는 것이 분 감독의 구상이다.



● 우익수 수비력은 누가 더 나을까?

그렇다면 스탠튼의 우익수 수비력이 저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일까. 적어도 데이터 상으로는 두 선수의 능력치가 엇비슷하다. 2010년 빅리그에 데뷔한 스탠튼은 지난해까지 우익수로 942경기(8259이닝)에 출전해 수비율 0.980을 기록했다. 우익수 외에는 중견수로 딱 1경기(1이닝)를 소화했을 뿐이다. 2016년 데뷔한 저지 역시 지난 2년간 우익수로만 168경기(1454.2이닝)를 뛰며 수비율 0.981을 기록했다. 상당히 견고한 수비력이다.

비록 골드글러브를 수상하진 못했지만, 수비능력 평가지표 중 하나인 DRS(Defensive Runs Saved)를 살펴보면 저지와 스탠튼 모두 정상급 우익수임이 드러난다. 지난해 우익수 부문 DRS에서 스탠튼은 +10으로 4위, 저지는 +9로 5위였다(전체 1위는 +31을 기록한 보스턴의 무키 베츠다. 텍사스 추신수는 -6이었다). 저지와 스탠튼은 빅리그 전체 우익수들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생산적이었다.

따라서 홈구장 양키스타디움에 익숙한 저지가 일단은 우익수를 유지하고, 스탠튼은 필요에 따라 좌익수로 나서는 것이 현재로선 양키스가 꺼내들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변동의 여지는 상존한다. 좌익수 자리에서 저지가 스탠튼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반대의 그림도 가능하다. 또한 어느 쪽이든 좌익수보다는 지명타자 기용이 제1옵션이다.

데릭 지터=알렉스 로드리게스(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지터&A로드의 공존이 연상되는 그림

스탠튼의 양키스 이적에 버금가는 일이 2003시즌 후에도 일어났다. 텍사스의 간판이던 로드리게스가 양키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로드리게스는 당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2002년과 2003년 연속해서 AL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양키스 유격수로는 이미 지터가 자리를 잡고 있던 때다.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함께 빅리그 3대 유격수로 통하던 로드리게스와 지터의 평화로운 공존이 절실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로드리게스가 3루수로 변신했다.

흥미로는 사실은 지터가 2004년을 시작으로 AL 유격수 골드글러브를 5차례 수상한 것이다. 반면 그 전까지 2차례 AL 유격수 황금장갑을 끼었던, 수비에 일가견이 있던 로드리게스는 3루로 옮긴 뒤에는 방망이로만 여러 상을 받았다.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의 굴레를 벗고 공격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지만, 만약 로드리게스가 양키스로 이적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지는 흥미로운 가정이 아닐 수 없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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