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의 승부욕…KB에게는 달콤한 자극제

입력 2018-03-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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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크 커리. 스포츠동아DB

“그 언니만큼 열정적이고, 이기려는 마음 가진 사람도 없어요.”

청주 KB스타즈 주장 강아정(29)은 외국인 포워드 모니크 커리(35)를 ‘언니’라 부른다. 둘이 한 팀에서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커리는 2013년 WKBL 무대를 처음 밟았을 때 KB스타즈에서 활약했다. 커리는 빼어난 기량을 갖췄지만 불같은 성미로 가끔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기를 보는 팬 뿐 아니라 같은 팀 선수들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하는 다혈질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그는 11일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의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1차전에서도 상대와 두 차례나 신경전을 벌였다. 한 번은 카일라 쏜튼과 먼저 부딪혔고, 경기 후반부에는 김단비와 날카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은 커리는 3점슛 2개 포함 12점·7리바운드·1어시스트로 팀의 75-57, 완승을 도왔다. 특히 2쿼터에는 개인파울 3개로 일찍 벤치로 향한 다미리스 단타스를 대신해 골밑에서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해내기도 했다.

강아정은 “그 언니가 신경전을 펼치는 장면이 썩 좋진 않았다”라면서도 “경기가 끝나고 생각해보니 그 언니처럼 볼에 대한 열정, 이기려는 일정을 가진 사람도 없다. 표출이 과해서 그런데 PO무대처럼 중요한 경기에서는 팀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내가 가서 말리는 편인데 ‘왜 나한테 그러냐’고 항변한다. 그러다가도 경기가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집중한다. 미워할 수 없는 언니다. 가끔은 귀엽다”며 웃었다.

커리의 열정은 코트 안에서만이 아니다. 그는 이번 PO를 앞두고 팀 비디오 미팅에 앞서 직접 만든 신한은행전 분석 자료를 선수들에게 일일이 나눠줬다고 한다. 정규리그 7번의 맞대결 전부를 다시 보며 만든 귀한 자료였다. 팀원들 모두 적지 않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KB스타즈 관계자는 12일 “커리가 겉으로 표출되는 부문이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그런 승부욕이 팀에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라며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통합우승을 경험했던 커리가 ‘한국무대에서 첫 인연을 맺은 우리 팀을 꼭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고 싶다’고 말하더라. 팀을 위해 헌신해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커리는 자신의 바람대로 KB스타즈에게 우승을 안길 수 있을까. KB스타즈와 신한은행의 PO 2차전은 13일 오후 7시 신한은행의 홈인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펼쳐진다. KB스타즈는 2차전을 잡으면 우리은행이 선착해있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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